#조폭공 #거지수 “홍연조.” 연조의 정수리 위로 커다란 그늘이 졌다. 자로 잰듯 반듯하고 널찍한 어깨. 포마드로 말끔히 넘긴 검은 머리카락. 늪에 도사린 물뱀처럼 서슬 퍼런 두 눈과 각진 하악각. 귀밑부터 저작근을 잇는 자리에 길게 사선으로 난 흉터까지. 저승사자다. 연조는 속으로 그의 정체를 확신했다. “홍연조.” 연조가 답이 없자 남자는 다시 한번 연조의 이름을 불렀다. 맴, 맴. 저승사자가 명부를 작성하는 중에도 눈치 없이 짝을 찾아 헤매는 매미 군단들의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홍연조.” 더위에 잠식당한 연조의 두 뺨에 발그레한 홍조가 깃들었다. 이름을 세 번 불렸다. 연조는 조용히 더운 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그때였다. 짝! 두툼한 손바닥이 거침없이 연조의 뺨으로 달라붙었다. 남자는 두 다리를 지면에 딛고 서서 팔만 한번 크게 휘둘렀을 뿐이었다. 힘을 줬다고 보기에도 힘든 평이한 자세였지만, 연조는 남자의 손이 뺨에 닿는 순간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까끌까끌한 돌멩이에 긁힌 무릎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씨발 새끼가. 대답할 줄 몰라?” 남자는 연조 앞에 쪼그려 앉아 그의 얼굴을 틀어쥐었다. 굳은살 박인 두툼한 엄지와 검지가 양 볼을 틀어쥐자, 입이 벌어졌다. 어금니에 짓눌린 입 안쪽이 뭉개지며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 “아가리 제대로 벌어지는데 왜 말을 못 하지?” * * * 우상윤 (36) KD산업 대표이사(그래봤자 조폭). 각진 하악각과 매섭고 스산한 눈매를 지녔다. 커다란 덩치 때문에 어딜가든 눈에 띄는 편.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뭐든 되갚아줘야 성에 찬다. 홍연조 (24) 돈 없는 거지. 빚만 있다. 하얗고 처연한 인상을 지녔다. 너무 하얘서 좀만 빨개져도 티가 난다. 일머리 좋고 싹싹한 편이지만 어딘지 좀 맹한 구석이 있다. *문의 fabelman99@gmail.com
#조폭공 #거지수 “홍연조.” 연조의 정수리 위로 커다란 그늘이 졌다. 자로 잰듯 반듯하고 널찍한 어깨. 포마드로 말끔히 넘긴 검은 머리카락. 늪에 도사린 물뱀처럼 서슬 퍼런 두 눈과 각진 하악각. 귀밑부터 저작근을 잇는 자리에 길게 사선으로 난 흉터까지. 저승사자다. 연조는 속으로 그의 정체를 확신했다. “홍연조.” 연조가 답이 없자 남자는 다시 한번 연조의 이름을 불렀다. 맴, 맴. 저승사자가 명부를 작성하는 중에도 눈치 없이 짝을 찾아 헤매는 매미 군단들의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홍연조.” 더위에 잠식당한 연조의 두 뺨에 발그레한 홍조가 깃들었다. 이름을 세 번 불렸다. 연조는 조용히 더운 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그때였다. 짝! 두툼한 손바닥이 거침없이 연조의 뺨으로 달라붙었다. 남자는 두 다리를 지면에 딛고 서서 팔만 한번 크게 휘둘렀을 뿐이었다. 힘을 줬다고 보기에도 힘든 평이한 자세였지만, 연조는 남자의 손이 뺨에 닿는 순간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까끌까끌한 돌멩이에 긁힌 무릎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씨발 새끼가. 대답할 줄 몰라?” 남자는 연조 앞에 쪼그려 앉아 그의 얼굴을 틀어쥐었다. 굳은살 박인 두툼한 엄지와 검지가 양 볼을 틀어쥐자, 입이 벌어졌다. 어금니에 짓눌린 입 안쪽이 뭉개지며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 “아가리 제대로 벌어지는데 왜 말을 못 하지?” * * * 우상윤 (36) KD산업 대표이사(그래봤자 조폭). 각진 하악각과 매섭고 스산한 눈매를 지녔다. 커다란 덩치 때문에 어딜가든 눈에 띄는 편.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뭐든 되갚아줘야 성에 찬다. 홍연조 (24) 돈 없는 거지. 빚만 있다. 하얗고 처연한 인상을 지녔다. 너무 하얘서 좀만 빨개져도 티가 난다. 일머리 좋고 싹싹한 편이지만 어딘지 좀 맹한 구석이 있다. *문의 fabelman9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