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속에서 불타오르는 저택을 본 적이 있나. 비명조차 바람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굵은 빗방울이 뺨을 두드리고 불꽃의 혀가 독사처럼 손등을 간질인다. 가신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친다. 응답하는 이는 없다. 가장 오랫동안 이 가문을 지켜왔던 기사의 이름을 부른다. 레터, 레터! 불현듯 가슴을 찌르는 통증과 함께 상체가 무너져 내린다. "아니오, 당신은 이곳으로 와서는 안 됐어요." 자신의 것이 분명한 혈흔이 카펫 위에 쏟아진다. 흰 장갑은 어느 덧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레터, 어째서. 잘 돌아가지 않는 혀를 움직여 그를 책망하려는 순간, 몸뚱이가 앞으로 기우는 것을 느낀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내 앞에 비치는 것은, 기르던 사냥개의 구둣발이었다.

폭풍우 속에서 불타오르는 저택을 본 적이 있나. 비명조차 바람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굵은 빗방울이 뺨을 두드리고 불꽃의 혀가 독사처럼 손등을 간질인다. 가신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친다. 응답하는 이는 없다. 가장 오랫동안 이 가문을 지켜왔던 기사의 이름을 부른다. 레터, 레터! 불현듯 가슴을 찌르는 통증과 함께 상체가 무너져 내린다. "아니오, 당신은 이곳으로 와서는 안 됐어요." 자신의 것이 분명한 혈흔이 카펫 위에 쏟아진다. 흰 장갑은 어느 덧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레터, 어째서. 잘 돌아가지 않는 혀를 움직여 그를 책망하려는 순간, 몸뚱이가 앞으로 기우는 것을 느낀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내 앞에 비치는 것은, 기르던 사냥개의 구둣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