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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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마저 그림자 속에 파묻힌다. 넝쿨이 스테인드 글라스의 벽면을 타고 오르며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아 신이 있다면 이런 상황을 그저 넘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방관만 한 채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지마는 않을 터. 나는 사제로 이 마을에 온 지도 벌써 1개월이 지났다. 새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동안의 마을 주민들도 만나고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와야 하는 마을에서 병든 자의 숨이 꺼지며, 아이들은 활기를 잃어갔다. 이 마을 중앙에 유일하게 있던 병원은 오래된 식물이 타고 흐르며 병원의 외관을 좀 더 낡아빠지게 만들어 마을을 더 피폐하게 형상화했다. 항상 오후 2시가 되면 문을 연 병원에 들어가 하루 고비를 넘기는 사람들에게 기도해 신에게 그의 병세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랐다. 시체와도 같은 썩어빠진 피부는 고목의 질감과도 같았다. 간호사의 말에 따르면 병의 걸리기 전의 징조가 서로를 의심하는 증세가 싹트며 미워하는 마음이 커진다고 했었다. 그 말의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으나, 마을의 황폐해진 분위기만 봐도 삭막해진 상태라 진위 여부없이 그 말을 믿는 분위기다. 거짓말. 왠지 심장이 아파지는 느낌과 기반한 역겨운 마음을 다잡고 다과를 꺼내와 대접하다가 기도의 때가 되자 무례할 정도의 행동으로 이순신을 집에 돌려보냈다. 그리고 그 이후 이 상황에 대해 목사님께 보고를 드리려 목사님을 마주했다. 아직 처리 못했나? 마녀에 대해 예견한 목사라는 남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네 아직입니다…” “왜 지금까지도 처리하지 못한 거지? 자네는 울부짖는 마을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건가? 저기 병실에서 몸져누워있는 사람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강물까지 피가 번져 물 대신 피가 흐르고 땅에는 시체를 뜯어먹는 까마귀 떼가 줄짓는 지경까지 와서야 자네는 이 일을 처리할 생각이 드는 건가? ” “하지만… 죽이는 건 좀 과한 처사가 아닐까요?” “헛소리, 그를 죽여야만 이 저주가 대물림 되는 역사가 끝날 거야. 죽어가는 사람들을 생각하세. 자네한테는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없으니까 실망하게 하지 말게나.”   그렇다. 그를 죽여야만 이 상황이 마무리된다. 저주는 끊을 수 없는 연쇄 다발적인 고리와 같아서 끝없이 누구에게 깃들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필이면 그 사명을 받은자가 마음 약한 이순신이고, 저주가 깃든 자가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인 이혜진에게 깃들었다는 것만 뺀다면 완벽했다. 완벽했다… 완벽했다… 나는 죽이지 못해.

햇빛마저 그림자 속에 파묻힌다. 넝쿨이 스테인드 글라스의 벽면을 타고 오르며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아 신이 있다면 이런 상황을 그저 넘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방관만 한 채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지마는 않을 터. 나는 사제로 이 마을에 온 지도 벌써 1개월이 지났다. 새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동안의 마을 주민들도 만나고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와야 하는 마을에서 병든 자의 숨이 꺼지며, 아이들은 활기를 잃어갔다. 이 마을 중앙에 유일하게 있던 병원은 오래된 식물이 타고 흐르며 병원의 외관을 좀 더 낡아빠지게 만들어 마을을 더 피폐하게 형상화했다. 항상 오후 2시가 되면 문을 연 병원에 들어가 하루 고비를 넘기는 사람들에게 기도해 신에게 그의 병세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랐다. 시체와도 같은 썩어빠진 피부는 고목의 질감과도 같았다. 간호사의 말에 따르면 병의 걸리기 전의 징조가 서로를 의심하는 증세가 싹트며 미워하는 마음이 커진다고 했었다. 그 말의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으나, 마을의 황폐해진 분위기만 봐도 삭막해진 상태라 진위 여부없이 그 말을 믿는 분위기다. 거짓말. 왠지 심장이 아파지는 느낌과 기반한 역겨운 마음을 다잡고 다과를 꺼내와 대접하다가 기도의 때가 되자 무례할 정도의 행동으로 이순신을 집에 돌려보냈다. 그리고 그 이후 이 상황에 대해 목사님께 보고를 드리려 목사님을 마주했다. 아직 처리 못했나? 마녀에 대해 예견한 목사라는 남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네 아직입니다…” “왜 지금까지도 처리하지 못한 거지? 자네는 울부짖는 마을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건가? 저기 병실에서 몸져누워있는 사람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강물까지 피가 번져 물 대신 피가 흐르고 땅에는 시체를 뜯어먹는 까마귀 떼가 줄짓는 지경까지 와서야 자네는 이 일을 처리할 생각이 드는 건가? ” “하지만… 죽이는 건 좀 과한 처사가 아닐까요?” “헛소리, 그를 죽여야만 이 저주가 대물림 되는 역사가 끝날 거야. 죽어가는 사람들을 생각하세. 자네한테는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없으니까 실망하게 하지 말게나.”   그렇다. 그를 죽여야만 이 상황이 마무리된다. 저주는 끊을 수 없는 연쇄 다발적인 고리와 같아서 끝없이 누구에게 깃들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필이면 그 사명을 받은자가 마음 약한 이순신이고, 저주가 깃든 자가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인 이혜진에게 깃들었다는 것만 뺀다면 완벽했다. 완벽했다… 완벽했다… 나는 죽이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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