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언제나 더 나빠지지도, 좋아지지도 않았다. 미지근한 회색 조도처럼.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집을 나온 뒤 과외 형의 집에 머무르는 시한(21). 삶의 의욕을 잃고 집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는 시한의 유일한 취미는 언젠가 산더미처럼 받은 필름을 소진하며 사진을 찍는 것뿐이다. 이 필름이 전부 소진되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문을 열면 낯선 세상이, 집에 있으면 막막한 미래가 숨통을 조여오는 나날이었다. 어느 날 필름을 현상하러 간 무인 사진관에서 연우(23)가 말을 걸어오기 전까진. "혹시 갈 데 없으시면 저희 집은 어떠세요?" 친절하고 도가 지나친 연우와 갈 곳 없고 외로운 시한의 쌍방 성장기.
삶은 언제나 더 나빠지지도, 좋아지지도 않았다. 미지근한 회색 조도처럼.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집을 나온 뒤 과외 형의 집에 머무르는 시한(21). 삶의 의욕을 잃고 집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는 시한의 유일한 취미는 언젠가 산더미처럼 받은 필름을 소진하며 사진을 찍는 것뿐이다. 이 필름이 전부 소진되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문을 열면 낯선 세상이, 집에 있으면 막막한 미래가 숨통을 조여오는 나날이었다. 어느 날 필름을 현상하러 간 무인 사진관에서 연우(23)가 말을 걸어오기 전까진. "혹시 갈 데 없으시면 저희 집은 어떠세요?" 친절하고 도가 지나친 연우와 갈 곳 없고 외로운 시한의 쌍방 성장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