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의 그림자

아포칼립스쌍방구원남장여자

외 2개

거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던가. 그렇다기엔 지금 화장실 거울 속에 비치는 스물 여섯 그녀의 모습은 짧은 머리, 평평한 가슴에 미소년을 연상케하는 외모까지 어느 하나 여자인 그녀를 드러내는 게 없었다. ‘너는 언제까지나 파란을 이용하려고 성당에 들어간다는 걸 기억해, 단.’ 단은 그녀가 몸을 담은 ‘반-유다’의 대표 고선명의 마지막 당부의 말을 떠올렸다. 파란. 단보다 6살이 어린 그는 동양인임에도 불구하고 파란 눈을 가졌다는 이유로 단번에 모두의 관심을 받았고, 이 망할 세상을 구하러 온 메시아가 아니냐는 소문은 파다하게 퍼졌다. 더군다나 아무리 수소문해도 파란을 성당 앞에 버리고 간 부모는 찾을 수가 없었고, 사람들은 이 대재앙에서 그들을 구할 메시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분명하다며 확신을 내렸다. 고작 눈깔 색 하나 따위로 메시아를 결정한다고? 처음 그 소식을 들은 단은 코웃음을 쳤더랬다. 그녀는 아무래도 신이니 메시아니 구원이니 하는 것은 믿지 않았으니까. 더욱이 단은 파란의 부모가 결코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는 과정을 지켜본 게 6살, 그 어린 날의 단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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