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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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빙의 #달달물 #킹메이커 #소꿉친구 #빙의 #수시점 #햇살수 #미인수 #산책수 #머리꽃밭수 #황제수 #계략공 #집착광공 #절륜공 #순정공 #귀족공 #신관공 #헌신공 #빙의공 나는 에녹 엘 슈르제네. 21세. 슈르제네 제국의 황자. 내 하나밖에 없는 친우 루카스는 한 떨기 꽃 같은 사람이다. 말 수가 적고, 아름답고, 연약하고, 조용한 그러나 누구보다 마음을 다해 곁에 머무르는 사람. 그런데... “하, 씨발, 진짜 못 봐주겠네.” 어느 날 루카스가 변했다. “저는 루카스가 아닙니다. 송이현, 스물두 살, 한국인이죠.” 알 수 없는 단어의 나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다시 말씀드릴게요. 저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22년 동안 별 탈 없이 살아 온 송이현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어디야?” “우리나라요.” “슈르제네?” “아니. 제가 살던 우리나라.” …….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지? 지금껏 루카스가 살던 ‘우리나라’는 슈르제네 제국이다. 다섯 살 이후로 단 한 번도 나와 떨어져서 생활한 적 없고, 게다가 루카스는 나보다 한 살 어린 스무 살이란 말이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할 건데, 놀라지 마십시오.” 루카스가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뭐 얼마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뭐 사실은 내가 죽기라도 했나? 혹시 여기가 사후세계인 건가….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여기는 책 속입니다.” ………… ……… …… … . …뭐라고 반응해야 하지? 대체 저건 무슨 정신 나간 소리야? 소설? 대한민국? 어이가 없어서. 빙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에녹 엘 슈르제네 수, 21세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그를 사람들은 ‘슈르제네의 노을’이라 불렀다. ‘태양’은 황제의 것이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것쯤 아무 상관 없다. 태양이 되고 싶지도 않고, 태양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한 번뿐인 인생, 잘 놀다 가면 그뿐인데 정신 나간 심복 루카스가 자꾸만 자신을 황제로 만들려고 해서 너무 곤란하다. 루카스 슈비츠(송이현) 공, 20세. 송이현은 22세. 검은 머리칼에 회갈색 눈을 가졌다. 다섯 살에 에녹의 배동으로 성에 들어와 함께 자랐다. 에녹과는 눈빛만 봐도 통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지만 몸이 약한 탓에 에녹만큼 쾌활하지는 않다. 에녹이 적극적으로 사고를 치는 타입이라면 루카스는 조용히 뒤에서 설계하는 타입. 슈르제네 제국은 <슈르제네 연대기>라는 소설의 배경이며 자신은 책 속에 빙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mail: goodkyabets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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