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을 나눈 계약
“……너, 보이는구나?” 귀(鬼)의 주마등(走馬燈)이. 임도지의 모습을 똑똑히 바라본 남우진의 검은 눈동자가 어둔 그늘 속에서 깊고 은밀하게 빛났다. 매끄러운 호선을 그린 입술에 선득한 희열이 맺혔다. 드디어……, 드디어 찾았다. 찾아내고야 말았다. **본문 중** “저딴 것에 무서워할 거 없는데. 보기보다 겁이 많네요, 임 PD님.” 우진은 제 옷에 묻은 꽃잎을 떼어내는 듯한 천천한 손길로 도지의 손을 떼어내곤, 느린 움직임으로 몸을 일으켰다. “무슨…….” 도지는 도무지 우진이 하는 말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이해할 수 있는 말이 하나도 없었다. “눈 감아요.” “……네?” “저딴 건 굳이 들여다볼 필요도 없으니까, 눈 감아도 된다고요.” 어서요. 다정한 재촉에 도지는 어째선지 순순히 눈을 감았다. 이상하게 그의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게 맞겠다. 어쩌면 머릿속이 고장 난 탓에 몸이 반사적으로 명령에 순응하는 것도 같았다. 언뜻 바람 소리처럼 “착하네.” 하는 웃음기 섞인 칭찬이 들린 것도 같았으나, 순간 불어닥친 바람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휘발되어 버렸다. 그날, 옥상에서. 화살이 죽은 것을 꿰뚫었을 때 휘몰아쳤던 그 바람이었다. . . . 남우진(35): HBS의 입사 6년 차 아나운서. 집안, 학벌, 외모, 무엇하나 아쉬울 것 없는 남자가 아나운서를 하고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방송국만큼 정보와 소문이 모이는 곳은 없으니까. 형을 찾기 위해. 정확히는 형을 집어 삼키고, 부모님을 죽인 악귀를 찾기 위해. 그러기위해선 주마등(走馬燈)이라는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바로 임도지가. 임도지(31): HBS 예능국 입사 5년 차 PD. 최근 애물단지 주말 예능 <필요한 가>의 메인 PD로 낙점되어 고군분투 중이다. 어릴 때부터 보통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들이 보였다. 남들과 다르단 건, 저주와 다름 없다고 여기며 자라왔다. 그런 어느 날 남우진에게 자신이 ‘보인다’는 사실을 들켜버렸다. 그러자 그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해오는데……. #미인수 #능력수 #예능PD수 #과거상처있수 #겁많수 #단발수 #능글공 #계략공 #집착공 #능력공 #아나운서공 #미남공 #인기공 #퇴마사공 #오컬트 #미스테리 #퇴마 #계약 #쌍방구원 dodoom204@naver.com 표지: 커미션 (소년 남우진)
“……너, 보이는구나?” 귀(鬼)의 주마등(走馬燈)이. 임도지의 모습을 똑똑히 바라본 남우진의 검은 눈동자가 어둔 그늘 속에서 깊고 은밀하게 빛났다. 매끄러운 호선을 그린 입술에 선득한 희열이 맺혔다. 드디어……, 드디어 찾았다. 찾아내고야 말았다. **본문 중** “저딴 것에 무서워할 거 없는데. 보기보다 겁이 많네요, 임 PD님.” 우진은 제 옷에 묻은 꽃잎을 떼어내는 듯한 천천한 손길로 도지의 손을 떼어내곤, 느린 움직임으로 몸을 일으켰다. “무슨…….” 도지는 도무지 우진이 하는 말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이해할 수 있는 말이 하나도 없었다. “눈 감아요.” “……네?” “저딴 건 굳이 들여다볼 필요도 없으니까, 눈 감아도 된다고요.” 어서요. 다정한 재촉에 도지는 어째선지 순순히 눈을 감았다. 이상하게 그의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게 맞겠다. 어쩌면 머릿속이 고장 난 탓에 몸이 반사적으로 명령에 순응하는 것도 같았다. 언뜻 바람 소리처럼 “착하네.” 하는 웃음기 섞인 칭찬이 들린 것도 같았으나, 순간 불어닥친 바람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휘발되어 버렸다. 그날, 옥상에서. 화살이 죽은 것을 꿰뚫었을 때 휘몰아쳤던 그 바람이었다. . . . 남우진(35): HBS의 입사 6년 차 아나운서. 집안, 학벌, 외모, 무엇하나 아쉬울 것 없는 남자가 아나운서를 하고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방송국만큼 정보와 소문이 모이는 곳은 없으니까. 형을 찾기 위해. 정확히는 형을 집어 삼키고, 부모님을 죽인 악귀를 찾기 위해. 그러기위해선 주마등(走馬燈)이라는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바로 임도지가. 임도지(31): HBS 예능국 입사 5년 차 PD. 최근 애물단지 주말 예능 <필요한 가>의 메인 PD로 낙점되어 고군분투 중이다. 어릴 때부터 보통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들이 보였다. 남들과 다르단 건, 저주와 다름 없다고 여기며 자라왔다. 그런 어느 날 남우진에게 자신이 ‘보인다’는 사실을 들켜버렸다. 그러자 그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해오는데……. #미인수 #능력수 #예능PD수 #과거상처있수 #겁많수 #단발수 #능글공 #계략공 #집착공 #능력공 #아나운서공 #미남공 #인기공 #퇴마사공 #오컬트 #미스테리 #퇴마 #계약 #쌍방구원 dodoom204@naver.com 표지: 커미션 (소년 남우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