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화면 속, 젊은 여자가 걷고 있다. 작은 집들이 쭉 늘어선 어두운 골목길을. 가로등 불빛이 깜빡거리고,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와 운동화 밑창이 시멘트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같이 들려왔다. 젊은 여자의 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핸드백을 쥐고 있는 그녀의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뒤로 시커먼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안 돼. 돌아보지 마!” “최유정! 너 때문에 TV 소리가 안 들리잖아.” 드라마 속 연쇄 살인범의 존재가 드러나는 장면인데, 동생 때문에 집중할 수가 없다. “꺅.” 공기를 가로지르는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TV 화면은 시커멓게 변해 버렸다. “저렇게 비참하게 죽다니….” “어쩌겠어, 원래 그런 역할인데.” “불쌍하잖아.” “현실도 아닌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인정머리 없는 최아영!” “이게, 언니한테…. 너 좀 많이 컸다?” 드라마니까, 영화니까. 그래서 쉽게 말할 수 있었다. 엑스트라의 죽음을 누가 기억한다고. *** 수능을 앞둔 고등학생이었는데, 대단한 인물이 되었다. 고귀한 신분,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 잘생기고 돈 많은 약혼자. 즐겨 보자 했는데, 3년 후에 죽는단다. 그것도 연쇄 살인범에 의해서. 얼른 죽으렴, 작가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런 게 어디 있어? 난 살아야겠다. 근데 내가 왜 소설 속으로 들어온 걸까?
TV 화면 속, 젊은 여자가 걷고 있다. 작은 집들이 쭉 늘어선 어두운 골목길을. 가로등 불빛이 깜빡거리고,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와 운동화 밑창이 시멘트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같이 들려왔다. 젊은 여자의 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핸드백을 쥐고 있는 그녀의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뒤로 시커먼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안 돼. 돌아보지 마!” “최유정! 너 때문에 TV 소리가 안 들리잖아.” 드라마 속 연쇄 살인범의 존재가 드러나는 장면인데, 동생 때문에 집중할 수가 없다. “꺅.” 공기를 가로지르는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TV 화면은 시커멓게 변해 버렸다. “저렇게 비참하게 죽다니….” “어쩌겠어, 원래 그런 역할인데.” “불쌍하잖아.” “현실도 아닌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인정머리 없는 최아영!” “이게, 언니한테…. 너 좀 많이 컸다?” 드라마니까, 영화니까. 그래서 쉽게 말할 수 있었다. 엑스트라의 죽음을 누가 기억한다고. *** 수능을 앞둔 고등학생이었는데, 대단한 인물이 되었다. 고귀한 신분,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 잘생기고 돈 많은 약혼자. 즐겨 보자 했는데, 3년 후에 죽는단다. 그것도 연쇄 살인범에 의해서. 얼른 죽으렴, 작가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런 게 어디 있어? 난 살아야겠다. 근데 내가 왜 소설 속으로 들어온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