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모든 것이 나를 비참하게 만들어.’ 사제의 다정함과 신실함은 언제나 제희가 본인이 나락에 서 있음을 확인하게 했다.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제희는 자신의 오래된 꿈을 이루기 위해 사제를 이용할 뿐이니까. ‘그런데 어째서지? 이 감정은.’ 평소와 달리 자신을 외면하는 사제가 제희는 용서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사제를 품에 가두고, 양손으로 사제의 턱을 자신을 향해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잠시만-” 사제는 표정이 일그러질 정도로 목에 힘을 주며 무의미한 저항을 했다. 가엽고도 귀여웠다. 그 볼만한 모습이 꽤나 즐겁고 흡족했기에 제희는 불경한 웃음을 애써 죽여야 했다. 양손 가득 담긴 사제의 저항을 음미하며 제희는 힘을 아껴 주고 나직이 속삭였다. “사제님. 왜 좀처럼 저를 마주 바라봐주시지 않는 거예요?” 물음의 껍데기를 쓴 은밀한 명력적 어조에 사제의 어깨가 희미하게 떨렸다. 사제는 그제야 눈을 천천히 들어 제희를 마주했다. 새까만 눈동자가 공허처럼 둥그렇게 떠 있었다. 제희는 어느새 본 목적도 잊고 있었다. 흡족하다 못해 황홀할 지경이라 은혜롭기까지 했다. 사제가 7년 전 자신을 배신한, 무엇보다 증오스러운 친구인 줄도 모르고. 그리고 그녀가 제희를 위해 이단심문관이라는 피비린내 나는 길에 자신의 생을 바쳤다는 것도. *정식 출간 계약작입니다.
‘당신의 모든 것이 나를 비참하게 만들어.’ 사제의 다정함과 신실함은 언제나 제희가 본인이 나락에 서 있음을 확인하게 했다.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제희는 자신의 오래된 꿈을 이루기 위해 사제를 이용할 뿐이니까. ‘그런데 어째서지? 이 감정은.’ 평소와 달리 자신을 외면하는 사제가 제희는 용서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사제를 품에 가두고, 양손으로 사제의 턱을 자신을 향해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잠시만-” 사제는 표정이 일그러질 정도로 목에 힘을 주며 무의미한 저항을 했다. 가엽고도 귀여웠다. 그 볼만한 모습이 꽤나 즐겁고 흡족했기에 제희는 불경한 웃음을 애써 죽여야 했다. 양손 가득 담긴 사제의 저항을 음미하며 제희는 힘을 아껴 주고 나직이 속삭였다. “사제님. 왜 좀처럼 저를 마주 바라봐주시지 않는 거예요?” 물음의 껍데기를 쓴 은밀한 명력적 어조에 사제의 어깨가 희미하게 떨렸다. 사제는 그제야 눈을 천천히 들어 제희를 마주했다. 새까만 눈동자가 공허처럼 둥그렇게 떠 있었다. 제희는 어느새 본 목적도 잊고 있었다. 흡족하다 못해 황홀할 지경이라 은혜롭기까지 했다. 사제가 7년 전 자신을 배신한, 무엇보다 증오스러운 친구인 줄도 모르고. 그리고 그녀가 제희를 위해 이단심문관이라는 피비린내 나는 길에 자신의 생을 바쳤다는 것도. *정식 출간 계약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