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무난하고 또 수월하게, 알아서 사리며 평생을 살았다. 다 덮고 모르는 척 굴면 죽을 때까지 엮이지 않을 줄 알고. 그런데……. “목숨을 걸겠습니다. 공작님께 거래를 청하고 싶어요.” 왜 이렇게 된 거지? - “가끔 생각이 났거든.” 받아내는 시선과는 대조되는 목소리였다. 억눌리지도, 내비치는 감정의 불순물과 닮아있지도 않았다. “모든 인간들이 그렇지만, 너는…….” “…….”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모순적이지 않았던 적이 없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고, 아무런 기억도 없었다. 그럼에도 확신할 수 있었다. 공작이 말하는 처음. 그 시점은, 건국제의 밤이 아니다. 언제지? 당신이 말하는 그날은. 당신이 알고 있는, 모순적인 나는. “공주님을 구하는 왕자님 쪽과 왕자님한테 구해지는 공주님 쪽. 어디가 적성에 맞아?” …아니 근데 진짜 저렇게까지 미친놈일 필요가 있냐고.
평범하고 무난하고 또 수월하게, 알아서 사리며 평생을 살았다. 다 덮고 모르는 척 굴면 죽을 때까지 엮이지 않을 줄 알고. 그런데……. “목숨을 걸겠습니다. 공작님께 거래를 청하고 싶어요.” 왜 이렇게 된 거지? - “가끔 생각이 났거든.” 받아내는 시선과는 대조되는 목소리였다. 억눌리지도, 내비치는 감정의 불순물과 닮아있지도 않았다. “모든 인간들이 그렇지만, 너는…….” “…….”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모순적이지 않았던 적이 없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고, 아무런 기억도 없었다. 그럼에도 확신할 수 있었다. 공작이 말하는 처음. 그 시점은, 건국제의 밤이 아니다. 언제지? 당신이 말하는 그날은. 당신이 알고 있는, 모순적인 나는. “공주님을 구하는 왕자님 쪽과 왕자님한테 구해지는 공주님 쪽. 어디가 적성에 맞아?” …아니 근데 진짜 저렇게까지 미친놈일 필요가 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