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항상 내게서 무언가를 앗아가기만 했다. 그저 평범하고 행복하고 싶었던 한 소녀는 전쟁으로 다정한 아버지를 잃고, 지독한 병으로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내야 했다. "오늘부터 그대가 제국 유일의 황녀, 벨리아 루덴베르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황가의 꼭두각시 황녀가 되어 있었다. 그날부터는 지옥이었다. 마음대로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비운 한 그림자의 삶. "제가 제시하는 계약조건은 간단합니다." 내게 드리운 어둠에 잠겨 질식해 갈 즈음, 그가 나타났다. 제국의 맹수라 불리는 남자, 에단 카우스트가. "당신이 원하는 게 무엇이든 이루어드리겠습니다."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나를 둘러싼 폭풍의 틈새를 비집고 내 안을 빛으로 비추었다. "당신은 나를 죽여주십시오." 그는 구원의 사도일까, 아니면 파멸의 악마일까.

세상은 항상 내게서 무언가를 앗아가기만 했다. 그저 평범하고 행복하고 싶었던 한 소녀는 전쟁으로 다정한 아버지를 잃고, 지독한 병으로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내야 했다. "오늘부터 그대가 제국 유일의 황녀, 벨리아 루덴베르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황가의 꼭두각시 황녀가 되어 있었다. 그날부터는 지옥이었다. 마음대로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비운 한 그림자의 삶. "제가 제시하는 계약조건은 간단합니다." 내게 드리운 어둠에 잠겨 질식해 갈 즈음, 그가 나타났다. 제국의 맹수라 불리는 남자, 에단 카우스트가. "당신이 원하는 게 무엇이든 이루어드리겠습니다."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나를 둘러싼 폭풍의 틈새를 비집고 내 안을 빛으로 비추었다. "당신은 나를 죽여주십시오." 그는 구원의 사도일까, 아니면 파멸의 악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