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네게 용서받지 못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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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해. 어떤 창의적인 사정이 있어서 이 꼴이 되어 돌아온 건지.” 내 양팔을 붙든 채 다그치는 사내를 조금쯤 당황한 채로 올려다보았다. 이전까지 한 번도 그런 식으로 나를 쥐어본 적이 없던 그였다. 남들의 눈을 피해 만날 때마다 언제나 내가 먼저 자리를 떠나도, 그는 단 한 번도 붙잡은 적이 없었다. 붙잡기는커녕 그런 흉내조차 낸 적 없었다. 그랬던 그가, 내 양팔을 쥐고 처음으로 도망칠 구석을 틀어막고 있었다. “아그레스. 너는 나를 등신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왜 이래.” 분명히 나는 그를 버렸고, 그도 미련 없이 나를 떠나야 옳았다. 그런데 왜, 애써 묻은 것들을 다시 헤집어 놓는 걸까. “내가 2년을 만난 사람의 상태도 못 알아볼 얼간이로 보였나? 아니면, 너에겐 내가 눈뜬장님으로 보여?” 핏기가 모조리 쓸려나간 얼굴로, 그는 내게 진실을 종용했다. “입 열고 말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 가문을 지키기 위해 연인을 버렸다. 그 과정에서 내가 조금 다치고, 욕을 먹는대도 괜찮았다. “과거로 돌아와도 사람이 바뀌지는 않지. 내가 그걸 잊고 있었군.” 그렇게라도 가족과 연인을 모두 살릴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고 여겼다. 그것으로 우리는 완벽히 끝났다고 믿었었다. “그래, 아그레스. 넌 앞으로도 너 자신을 아끼지 않겠지.”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는 모든 전말을 아는 것처럼 군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게 죄책감이라도 느끼도록 해.” 그리하여 나는. 그 창백한 손에 이끌려 실패한 과거…… 아니, 사라진 훗날의 기억 앞으로 내세워졌다. #구원서사 #순정남 #능력녀 #상처녀 #회귀 #환생 표지이미지: 핀터레스트 jackiscoming9@gmail.com

“설명해. 어떤 창의적인 사정이 있어서 이 꼴이 되어 돌아온 건지.” 내 양팔을 붙든 채 다그치는 사내를 조금쯤 당황한 채로 올려다보았다. 이전까지 한 번도 그런 식으로 나를 쥐어본 적이 없던 그였다. 남들의 눈을 피해 만날 때마다 언제나 내가 먼저 자리를 떠나도, 그는 단 한 번도 붙잡은 적이 없었다. 붙잡기는커녕 그런 흉내조차 낸 적 없었다. 그랬던 그가, 내 양팔을 쥐고 처음으로 도망칠 구석을 틀어막고 있었다. “아그레스. 너는 나를 등신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왜 이래.” 분명히 나는 그를 버렸고, 그도 미련 없이 나를 떠나야 옳았다. 그런데 왜, 애써 묻은 것들을 다시 헤집어 놓는 걸까. “내가 2년을 만난 사람의 상태도 못 알아볼 얼간이로 보였나? 아니면, 너에겐 내가 눈뜬장님으로 보여?” 핏기가 모조리 쓸려나간 얼굴로, 그는 내게 진실을 종용했다. “입 열고 말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 가문을 지키기 위해 연인을 버렸다. 그 과정에서 내가 조금 다치고, 욕을 먹는대도 괜찮았다. “과거로 돌아와도 사람이 바뀌지는 않지. 내가 그걸 잊고 있었군.” 그렇게라도 가족과 연인을 모두 살릴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고 여겼다. 그것으로 우리는 완벽히 끝났다고 믿었었다. “그래, 아그레스. 넌 앞으로도 너 자신을 아끼지 않겠지.”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는 모든 전말을 아는 것처럼 군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게 죄책감이라도 느끼도록 해.” 그리하여 나는. 그 창백한 손에 이끌려 실패한 과거…… 아니, 사라진 훗날의 기억 앞으로 내세워졌다. #구원서사 #순정남 #능력녀 #상처녀 #회귀 #환생 표지이미지: 핀터레스트 jackiscoming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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