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봄날의 꽃보다 화사하고, 한낮의 태양보다 찬란했던 유년이 있었다. 작은 오두막집, 갓 구운 쿠키, 따뜻한 우유 한 잔과 다정했던 부모—. 나의 유년을 이루고있던 것들은 평범하고, 단순한 것들이었다. 결코 값비싸고 화려하지 않은 것들. 그러나, 이 세상의 어떤 금은보화를 준대도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것들. 그래서 나의 오래된 기억 속에 살고있는 여덟 살의 아이는 복수를 택했다. 자신의 세상을 파괴한 이의 세상도 산산이 부숴주리라. 그래서 원수인 황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아들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상처입혔다. *** “결국 너도 황족이더라.” “그래서 싫어졌어. 힘 없는 평민 정도는 황실을 위해 죽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 그런 황제를 아비로 둔 게, 너라서.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 하는게, 너라서.” “그리고 그렇게 죽은 이들을 부모로 둔 게, 나라서.” “그래서 우린 안 돼.”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함께 했던 모든 시간, 매 분, 매 초마다 그녀는 그를 증오하고 있었노라는 고백이었다. 그 잔인한 고백에도 프란츠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아니, 다름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적어도 남들이 보기에는 그랬다. 그러나 테레제는 알 수 있었다. 일면 잔잔해보이는 그의 감정에 큰 균열이 일고 있음을. 그렇게, 프란츠는 조용히 아파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우리는 죽도록 아파하고 괴로워할 수는 있겠다고—. 사랑은 아닐지라도, 고통은 함께할 수 있겠다. 그 사실이, 이상할 만큼의 안도감을 주었다. 미계약작 / pjy4299@naver.com
나에게도 봄날의 꽃보다 화사하고, 한낮의 태양보다 찬란했던 유년이 있었다. 작은 오두막집, 갓 구운 쿠키, 따뜻한 우유 한 잔과 다정했던 부모—. 나의 유년을 이루고있던 것들은 평범하고, 단순한 것들이었다. 결코 값비싸고 화려하지 않은 것들. 그러나, 이 세상의 어떤 금은보화를 준대도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것들. 그래서 나의 오래된 기억 속에 살고있는 여덟 살의 아이는 복수를 택했다. 자신의 세상을 파괴한 이의 세상도 산산이 부숴주리라. 그래서 원수인 황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아들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상처입혔다. *** “결국 너도 황족이더라.” “그래서 싫어졌어. 힘 없는 평민 정도는 황실을 위해 죽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 그런 황제를 아비로 둔 게, 너라서.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 하는게, 너라서.” “그리고 그렇게 죽은 이들을 부모로 둔 게, 나라서.” “그래서 우린 안 돼.”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함께 했던 모든 시간, 매 분, 매 초마다 그녀는 그를 증오하고 있었노라는 고백이었다. 그 잔인한 고백에도 프란츠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아니, 다름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적어도 남들이 보기에는 그랬다. 그러나 테레제는 알 수 있었다. 일면 잔잔해보이는 그의 감정에 큰 균열이 일고 있음을. 그렇게, 프란츠는 조용히 아파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우리는 죽도록 아파하고 괴로워할 수는 있겠다고—. 사랑은 아닐지라도, 고통은 함께할 수 있겠다. 그 사실이, 이상할 만큼의 안도감을 주었다. 미계약작 / pjy429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