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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유진 한 (Oscar Eugene Han) #한국계 미국인, #21세 주세페 보르메오 (Giuseppe Bormeo) #이탈리아 로마 태생, #27세 * 무작정 떠났던 그해 여름, 유진은 바다의 짠 내음이 코끝을 간질이는 이탈리아의 작은 해변 마을에서 훗날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단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햇살에 바랜 골목길,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해 질 무렵이면 분홍빛으로 물들던 하늘. 지금은 모든 게 희미하게 바래졌지만— 그 여름, 그 남자만큼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 속 깊은 곳에 머물러 있다. * - 지금 가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어요? 말이 입에서 나오기도 전에 유진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그 질문만이 그들 사이에 남은 유일한 매듭인 것처럼. 주세페는 대답 대신 입에 문 담배를 깊게 들이마시며, 동트기 직전의 창백한 하늘을 응시했다. 그의 침묵은 언제나 그랬듯 유진의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유진은 그가 말하기를 기다렸고, 동시에 그가 절대 말하지 않기를 바랐다. 침묵 끝에 해가 서서히 수평선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손끝에서 타들어간 담배가 마지막 불씨를 남긴 채 재떨이 안에서 꺼졌다. 그제야 주세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다음. 잠시 후. - 다음 여름에. 다음 여름이라니, 그게 도대체 언제죠? 내년? 내후년? 아니면 몇십 년 뒤? 제가 죽기 전까진 당신을 단 한 번이라도 다시 볼 수 있나요? 다음. 그 단어가 유진의 안에서 메아리쳤다. 다음 여름이라니. 내년인가, 내후년인가, 아니면 그들 둘 다 늙어서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때까지인가. 그런 질문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유진은 그것들을 공기와 함께 삼켜버렸다. 왜냐하면,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이라는 말이 사실은 '아마도 절대'를 의미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아마도 절대'가 지금 그들이 가진 전부라는 것을. 그래서 유진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그저 하늘만,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던 무심한 새벽만, 묵묵히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것이 이들이 사랑하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질문하지 않는 것.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 것. 그저 그 사람 옆에서,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 비록 그것이 마지막일지라도. ##자유연재입니다.

오스카 유진 한 (Oscar Eugene Han) #한국계 미국인, #21세 주세페 보르메오 (Giuseppe Bormeo) #이탈리아 로마 태생, #27세 * 무작정 떠났던 그해 여름, 유진은 바다의 짠 내음이 코끝을 간질이는 이탈리아의 작은 해변 마을에서 훗날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단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햇살에 바랜 골목길,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해 질 무렵이면 분홍빛으로 물들던 하늘. 지금은 모든 게 희미하게 바래졌지만— 그 여름, 그 남자만큼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 속 깊은 곳에 머물러 있다. * - 지금 가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어요? 말이 입에서 나오기도 전에 유진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그 질문만이 그들 사이에 남은 유일한 매듭인 것처럼. 주세페는 대답 대신 입에 문 담배를 깊게 들이마시며, 동트기 직전의 창백한 하늘을 응시했다. 그의 침묵은 언제나 그랬듯 유진의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유진은 그가 말하기를 기다렸고, 동시에 그가 절대 말하지 않기를 바랐다. 침묵 끝에 해가 서서히 수평선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손끝에서 타들어간 담배가 마지막 불씨를 남긴 채 재떨이 안에서 꺼졌다. 그제야 주세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다음. 잠시 후. - 다음 여름에. 다음 여름이라니, 그게 도대체 언제죠? 내년? 내후년? 아니면 몇십 년 뒤? 제가 죽기 전까진 당신을 단 한 번이라도 다시 볼 수 있나요? 다음. 그 단어가 유진의 안에서 메아리쳤다. 다음 여름이라니. 내년인가, 내후년인가, 아니면 그들 둘 다 늙어서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때까지인가. 그런 질문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유진은 그것들을 공기와 함께 삼켜버렸다. 왜냐하면,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이라는 말이 사실은 '아마도 절대'를 의미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아마도 절대'가 지금 그들이 가진 전부라는 것을. 그래서 유진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그저 하늘만,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던 무심한 새벽만, 묵묵히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것이 이들이 사랑하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질문하지 않는 것.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 것. 그저 그 사람 옆에서,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 비록 그것이 마지막일지라도. ##자유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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