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이 나를 자꾸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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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뻐서? 그럴 리가. 놀지 말고 일 좀 하라고. 안 돼, 고금을 통틀어 가장 유능한 명재상 밑에서 갈려 가면서 일하다가는 내 유언이 뻔하다! 「승상, 저 먼저 갑니다. 부디 천하를 평안케 하소서….」 * 격자로 된 창 너머를 힐긋거린 제갈량이 불평을 터트렸다. “…참으로 너무하지 않습니까. 나는 당신 때문에 사원의 멱살까지 잡았는데, 그리 모르쇠로 일관하다니요.” “네?!” 웃긴다. 세작을 잡으려고 두 사람이 짜고 싸운 척한 거면서! 억울해도 남의 귀에 들어가면 안 되므로 그 말을 입 밖에 낼 순 없었다. 길어지는 잔소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듣던 중, 그의 눈썹이 느긋하게 풀려갔다. “할 말이 있습니까?” “아뇨, 죄송해요.” “그렇겠지요. 당신의 과오는 곧 나의 탓이니, 무슨 일이 생기면 나도 같이 사직할까 합니다.” 후하하, 천하의 제갈량이 일을 안 하겠다고? 천지가 개벽하고도 남을 놀라운 말에 그녀는 슬쩍 물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어쩌시려고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집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아, 네.” 저것도 계략의 일부겠지? 뭘 하려고 은거하는 척을 하나 싶어서 귓등으로 흘리는데, 그가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이었다. “…함께 가지 않겠습니까. 대업을 이룬 뒤도 좋고, 아까 말한 대로 주공께 버림받는 상황이 오더라도요. 어차피 당신은 선계로는 등선하지 못하는 몸이라고 하였으니 할 일을 마치고도 하계에 남을 것 아닙니까.” “저기, 그 말은….” 그와 그녀의 세계는 다르다. 같은 하계라도 같지 않은데, 그런 것쯤은 이 순간에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 벌겋게 된 얼굴을 가릴 부채가 없어서 뒤로 휙 돈 제갈량이 오직 그녀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나와 함께 한다면 평생, 단 하루도 심심하게 지내는 날은 없을 겁니다. 온 힘을 다해서 당신이 웃을 일을 늘 안겨주겠다고 약조하겠습니다. 부디…. 같이 가지 않겠습니까?” 눈물이 핑 돈다. 대답은, 이미 정해졌다. * …그렇게 약속했는데 어떻게 저버려. 살아서 그의 곁으로 꼭 돌아가야 해! 하후연이 날린 화살을 맞은 탓인지 어깻죽지가 몹시 아팠지만, 눈앞이 흐려지는 상황에서도 이를 악물고 노려보자 조조가 비웃었다. “겁이 없군. 네 약점이 뭔지 내가 모르리라 생각했나? 영수를 다 놓은 너는 허수아비에 불과하지.” “난…!” “살고 싶다면 내 말을 듣는 게 좋을 거다. 지금까지 저지른 짓은 눈감아 줄 테니 내 곁에 있어라, 내가 숨이 멎는 순간까지.” 뭐라고! 놀라 커진 눈동자에 조조가 싸늘하게 웃는 모습이 비쳤다. “싫다면 네 뒤의 병사들을 산 채로 모조리 태워버리겠다. 네가 협곡에 지른 불길을 오늘 돌려주지, 어떠한가?” 이번 싸움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내 입으로 약속한 사람들을…. 죽게 만든다고? 아. 벗어날 길이 없다. 삼국지 배경+선협 살짝 섞음/고증 박살/남주 제갈량/도사 여주/속으로 욕 잘하는 여주/조조와는 혐관/등장인물 잘 죽음 주의

내가 예뻐서? 그럴 리가. 놀지 말고 일 좀 하라고. 안 돼, 고금을 통틀어 가장 유능한 명재상 밑에서 갈려 가면서 일하다가는 내 유언이 뻔하다! 「승상, 저 먼저 갑니다. 부디 천하를 평안케 하소서….」 * 격자로 된 창 너머를 힐긋거린 제갈량이 불평을 터트렸다. “…참으로 너무하지 않습니까. 나는 당신 때문에 사원의 멱살까지 잡았는데, 그리 모르쇠로 일관하다니요.” “네?!” 웃긴다. 세작을 잡으려고 두 사람이 짜고 싸운 척한 거면서! 억울해도 남의 귀에 들어가면 안 되므로 그 말을 입 밖에 낼 순 없었다. 길어지는 잔소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듣던 중, 그의 눈썹이 느긋하게 풀려갔다. “할 말이 있습니까?” “아뇨, 죄송해요.” “그렇겠지요. 당신의 과오는 곧 나의 탓이니, 무슨 일이 생기면 나도 같이 사직할까 합니다.” 후하하, 천하의 제갈량이 일을 안 하겠다고? 천지가 개벽하고도 남을 놀라운 말에 그녀는 슬쩍 물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어쩌시려고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집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아, 네.” 저것도 계략의 일부겠지? 뭘 하려고 은거하는 척을 하나 싶어서 귓등으로 흘리는데, 그가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이었다. “…함께 가지 않겠습니까. 대업을 이룬 뒤도 좋고, 아까 말한 대로 주공께 버림받는 상황이 오더라도요. 어차피 당신은 선계로는 등선하지 못하는 몸이라고 하였으니 할 일을 마치고도 하계에 남을 것 아닙니까.” “저기, 그 말은….” 그와 그녀의 세계는 다르다. 같은 하계라도 같지 않은데, 그런 것쯤은 이 순간에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 벌겋게 된 얼굴을 가릴 부채가 없어서 뒤로 휙 돈 제갈량이 오직 그녀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나와 함께 한다면 평생, 단 하루도 심심하게 지내는 날은 없을 겁니다. 온 힘을 다해서 당신이 웃을 일을 늘 안겨주겠다고 약조하겠습니다. 부디…. 같이 가지 않겠습니까?” 눈물이 핑 돈다. 대답은, 이미 정해졌다. * …그렇게 약속했는데 어떻게 저버려. 살아서 그의 곁으로 꼭 돌아가야 해! 하후연이 날린 화살을 맞은 탓인지 어깻죽지가 몹시 아팠지만, 눈앞이 흐려지는 상황에서도 이를 악물고 노려보자 조조가 비웃었다. “겁이 없군. 네 약점이 뭔지 내가 모르리라 생각했나? 영수를 다 놓은 너는 허수아비에 불과하지.” “난…!” “살고 싶다면 내 말을 듣는 게 좋을 거다. 지금까지 저지른 짓은 눈감아 줄 테니 내 곁에 있어라, 내가 숨이 멎는 순간까지.” 뭐라고! 놀라 커진 눈동자에 조조가 싸늘하게 웃는 모습이 비쳤다. “싫다면 네 뒤의 병사들을 산 채로 모조리 태워버리겠다. 네가 협곡에 지른 불길을 오늘 돌려주지, 어떠한가?” 이번 싸움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내 입으로 약속한 사람들을…. 죽게 만든다고? 아. 벗어날 길이 없다. 삼국지 배경+선협 살짝 섞음/고증 박살/남주 제갈량/도사 여주/속으로 욕 잘하는 여주/조조와는 혐관/등장인물 잘 죽음 주의

삼국지선협운명킹메이커동양풍동로계략녀순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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