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건, 처음으로 길가의 풀꽃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였다. 그날부터 세상의 모든 식물은 나의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주었다. 동시에 숨겨야 하는 비밀이 되었다. “엘리카, 절대 들켜서는 안 돼. 그 누구에게도.” 그러던 어느 날, 숲속 외딴 저택에 사는 한 남자와 만나면서 평화로웠던 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당신, 정체가 뭐야.” “자한 루프리안. 지금은 이런 숲속 외딴 별장에 처박혀만 있는 폐위된 황태자이고.” 자한은 손에 닿는 모든 생명체의 생기를 빼앗아 죽이는 저주에 걸린 상태였다. 단 한 사람, 나만이 그 저주에서 예외였다. “처음이야. 내 손을 잡고 살아 있는 이는.” 자한은 말한다. 내가 그에게 걸린 저주를 해결할 유일한 열쇠라고. 상극인 두 개의 힘, 가호와 저주. 그걸 가진 두 사람이 만난 건 우연일까, 아니면 아주 지독한 운명인 걸까. *** “저기, 이미 손은 잡았는데.” 엘리카는 손을 넘어서 허리를 감싼 두꺼운 팔에 일순간 몸이 경직되었다. “말했잖아. 오늘 성가신 일이 있었다고.” 자한은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한 번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어떤 식으로든 해소되지 않았던 갈증이 사라져갔다. 아니, 이걸로는 모자랐다. 당장이라도 엘리카의 살결을 가린 천을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고작 손을 잡는 것만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으니. *** qlqldk33@naver.com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건, 처음으로 길가의 풀꽃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였다. 그날부터 세상의 모든 식물은 나의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주었다. 동시에 숨겨야 하는 비밀이 되었다. “엘리카, 절대 들켜서는 안 돼. 그 누구에게도.” 그러던 어느 날, 숲속 외딴 저택에 사는 한 남자와 만나면서 평화로웠던 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당신, 정체가 뭐야.” “자한 루프리안. 지금은 이런 숲속 외딴 별장에 처박혀만 있는 폐위된 황태자이고.” 자한은 손에 닿는 모든 생명체의 생기를 빼앗아 죽이는 저주에 걸린 상태였다. 단 한 사람, 나만이 그 저주에서 예외였다. “처음이야. 내 손을 잡고 살아 있는 이는.” 자한은 말한다. 내가 그에게 걸린 저주를 해결할 유일한 열쇠라고. 상극인 두 개의 힘, 가호와 저주. 그걸 가진 두 사람이 만난 건 우연일까, 아니면 아주 지독한 운명인 걸까. *** “저기, 이미 손은 잡았는데.” 엘리카는 손을 넘어서 허리를 감싼 두꺼운 팔에 일순간 몸이 경직되었다. “말했잖아. 오늘 성가신 일이 있었다고.” 자한은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한 번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어떤 식으로든 해소되지 않았던 갈증이 사라져갔다. 아니, 이걸로는 모자랐다. 당장이라도 엘리카의 살결을 가린 천을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고작 손을 잡는 것만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으니. *** qlqldk33@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