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언니와 혼담이 오가는 성기사였다. 젊은 나이에 기사단장이 되었을 뿐더러, 혈통도 좋고 인물도 좋았다. 여성이라면 말에게도 다정하다고 소문난 기사도의 화신이었다. 그런데 왜 나에게만 못되게 구는 걸까. “저는 이브릴리스 님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마음을 정리하고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그때까지는. “오늘도 공주님이 라파엘 경을 못살게 굴었대.” “어머나, 진짜? 이번에는 어떻게 했는데?” “어휴, 말도 마. 뭐가 깨지고 부서지더니 라파엘 경이 뺨을 맞아서 벌게진 얼굴로 나오는데…….” 그렇고 그런 일을 겪었는데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겠는가? 이브는 그럴 수 없었다. “중매를 잘못 서면 뺨이 세 대라던데. 하늘 같은 공주님께 그럴 수는 없으니 사과만 받겠습니다.” “난 잘못 없어요! 당신과 언니가 하는 꼴이 답답해서 이어주려고 했을 뿐이라고요.” “아, 인정 못하시겠다.” 그렇게 말하는 남자는 미친 사람 같았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세 번만 입을 맞추겠습니다.” 이건 성기사 라파엘 경이 아니다. 제정신으로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었다. 이 불쌍한 남자는 마법에 걸려서 심신미약인 상태다. 그렇게 믿었는데. "처음부터 이러고 싶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모든 게 그녀의 착각이라고. 표지 - 이반 마라코프, 1899, <아나스타샤 우샤코바의 초상> 문의 - seungdal031@gmail.com
그 남자는 언니와 혼담이 오가는 성기사였다. 젊은 나이에 기사단장이 되었을 뿐더러, 혈통도 좋고 인물도 좋았다. 여성이라면 말에게도 다정하다고 소문난 기사도의 화신이었다. 그런데 왜 나에게만 못되게 구는 걸까. “저는 이브릴리스 님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마음을 정리하고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그때까지는. “오늘도 공주님이 라파엘 경을 못살게 굴었대.” “어머나, 진짜? 이번에는 어떻게 했는데?” “어휴, 말도 마. 뭐가 깨지고 부서지더니 라파엘 경이 뺨을 맞아서 벌게진 얼굴로 나오는데…….” 그렇고 그런 일을 겪었는데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겠는가? 이브는 그럴 수 없었다. “중매를 잘못 서면 뺨이 세 대라던데. 하늘 같은 공주님께 그럴 수는 없으니 사과만 받겠습니다.” “난 잘못 없어요! 당신과 언니가 하는 꼴이 답답해서 이어주려고 했을 뿐이라고요.” “아, 인정 못하시겠다.” 그렇게 말하는 남자는 미친 사람 같았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세 번만 입을 맞추겠습니다.” 이건 성기사 라파엘 경이 아니다. 제정신으로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었다. 이 불쌍한 남자는 마법에 걸려서 심신미약인 상태다. 그렇게 믿었는데. "처음부터 이러고 싶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모든 게 그녀의 착각이라고. 표지 - 이반 마라코프, 1899, <아나스타샤 우샤코바의 초상> 문의 - seungdal031@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