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피폐 소설 속에 빙의했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데드 플래그를 꽂은 뒤였다. “……널 죽일거야.” 남주의 느릿한 속삭임이 고막을 찔렀다. * “왜 이런 꼴이야?” 그의 건조한 시선이 바닥에 널브러진 나를 훑었다. 눈물콧물로 엉망이 된 얼굴, 찢겨나간 드레스, 피와 멍으로 얼룩진 팔과 다리까지. “왜 이런 꼴이냐고 묻잖아.” “별 일 아니에요. 그냥… 넘어졌어요.” “어떻게 넘어지면 이런 꼴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군.” 말도 안 되는 변명에 그가 차갑게 조소했다. 커다란 손이 익숙한 듯 내 머리로 다가왔다. 차라리 거칠었으면 좋겠는데,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손길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다. “솔직히 실망이야, 리아.” 와닿는 체온만큼이나 다정한 음색. “그 피 튀기는 전장에서도 당신만 생각했거든. 매춘부 주제에 백작가의 안주인이 되겠다는 야망이 넘치던 여자니까……. 지금쯤 고귀한 신분이 돼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살고 있겠지. 꽃과 보석에 둘러싸여 호화롭게 지내고 있겠지. 행복하겠지, 늘 웃고 있겠지.” “…….” “그런데……. 이런 버러지 같은 꼴은 대체 뭐야, 재미 없게.” 하지만 말의 내용은 너무나 잔인했다. “가장 높은 곳에서 추락시켜야 나도 복수할 맛이 나지 않겠어?” * 모든 진실이 밝혀진 뒤 내가 선택한 건 도망이었다. 그런데. “내가 말했지, 리아. 한 번만 더 내 눈앞에서 사라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기어이 그는 나를 찾아냈고. “내 곁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마.” 여주가 아닌 내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paengturtle@gmail.com
19금 피폐 소설 속에 빙의했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데드 플래그를 꽂은 뒤였다. “……널 죽일거야.” 남주의 느릿한 속삭임이 고막을 찔렀다. * “왜 이런 꼴이야?” 그의 건조한 시선이 바닥에 널브러진 나를 훑었다. 눈물콧물로 엉망이 된 얼굴, 찢겨나간 드레스, 피와 멍으로 얼룩진 팔과 다리까지. “왜 이런 꼴이냐고 묻잖아.” “별 일 아니에요. 그냥… 넘어졌어요.” “어떻게 넘어지면 이런 꼴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군.” 말도 안 되는 변명에 그가 차갑게 조소했다. 커다란 손이 익숙한 듯 내 머리로 다가왔다. 차라리 거칠었으면 좋겠는데,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손길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다. “솔직히 실망이야, 리아.” 와닿는 체온만큼이나 다정한 음색. “그 피 튀기는 전장에서도 당신만 생각했거든. 매춘부 주제에 백작가의 안주인이 되겠다는 야망이 넘치던 여자니까……. 지금쯤 고귀한 신분이 돼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살고 있겠지. 꽃과 보석에 둘러싸여 호화롭게 지내고 있겠지. 행복하겠지, 늘 웃고 있겠지.” “…….” “그런데……. 이런 버러지 같은 꼴은 대체 뭐야, 재미 없게.” 하지만 말의 내용은 너무나 잔인했다. “가장 높은 곳에서 추락시켜야 나도 복수할 맛이 나지 않겠어?” * 모든 진실이 밝혀진 뒤 내가 선택한 건 도망이었다. 그런데. “내가 말했지, 리아. 한 번만 더 내 눈앞에서 사라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기어이 그는 나를 찾아냈고. “내 곁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마.” 여주가 아닌 내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paengturt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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