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와, 히만티." 방 안에 계피와 정향이 섞인 달곰한 향기가 자욱이 깔려있었다. 이미 촛불은 바닥까지 타들어 가, 은은한 빛만이 간신히 방 안을 밝혔다. 흑단으로 깎은 침상 아래 널브러진 히만티는 멍하게 아누라다를 올려다봤다. 침상 위로 떨어진 황금빛 실사천, 그 뒤로 흐릿하게 보이는 남자의 건장한 나신…. 꿈틀거리는 그의 흉부, 단단히 자리 잡힌 복부, 그리고 선명히 두드러진 장골과 허벅지까지. 그렇게 느른한 표정으로, 그녀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남자가. 한때 그녀의 남편이었던 사내가…. 그 모든 것이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네 남편에게 기어와." 히만티는 움찔했다. 왕의 목소리에서 짙은 가학성을 읽어낸 그녀는 황급히 기어 침상 위로 올라왔다. "침실로 안 오겠다고 했다며." "그, 그게…." "여기가 아니면 어디서 자려고? 마음에 드는 시종이라도 있었나? 아니면 호위무사? 어느 놈의 침실에 기어들어가 자려고?" "그런, 그런 거 아니에요…" 히만티는 간신히 울음을 삼켰다. 이렇게 울 일이 많지 않았는데, 그녀의 고향 마을에서는. 왕궁에 들어오고 나서는 자꾸 눈물이 많아졌다. "그런 거 아닌데, 그냥 왕비 궁에서 자려고…." "말." 아누라다가 짜증을 냈다. 히만티는 아차 싶어서 입을 다물었다. "놓으라고 했지." "왕, 왕비라도 왕에게 말을 놓지 않는다고 했어요." "우린 그런 사이가 아니잖아." 아누라다는 마치 뻔한 사실을 지겹도록 읊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히만티는 이제 확신이 없었다.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가족은 맞는지. 우리가 정말, 부부인지. "하지만, 왕께서는…." "아누라다라고." 남자가 기어이 신경질을 냈다. 그만큼 히만티는 움츠러들었다. "내가 앉은 자리가, 내 혈통이 그렇게 중요해? 내가 누구든 나는 네 남편이야. 너와 함께 코코넛을 마시고 침대에서 뒹굴 때든, 지금 이 왕궁에서 관을 썼든. 나는 언제나 네 남편, 아누라다였어." 계약 문의: storytelleryeon@gmail.com *표지: 무료이미지*
"이리와, 히만티." 방 안에 계피와 정향이 섞인 달곰한 향기가 자욱이 깔려있었다. 이미 촛불은 바닥까지 타들어 가, 은은한 빛만이 간신히 방 안을 밝혔다. 흑단으로 깎은 침상 아래 널브러진 히만티는 멍하게 아누라다를 올려다봤다. 침상 위로 떨어진 황금빛 실사천, 그 뒤로 흐릿하게 보이는 남자의 건장한 나신…. 꿈틀거리는 그의 흉부, 단단히 자리 잡힌 복부, 그리고 선명히 두드러진 장골과 허벅지까지. 그렇게 느른한 표정으로, 그녀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남자가. 한때 그녀의 남편이었던 사내가…. 그 모든 것이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네 남편에게 기어와." 히만티는 움찔했다. 왕의 목소리에서 짙은 가학성을 읽어낸 그녀는 황급히 기어 침상 위로 올라왔다. "침실로 안 오겠다고 했다며." "그, 그게…." "여기가 아니면 어디서 자려고? 마음에 드는 시종이라도 있었나? 아니면 호위무사? 어느 놈의 침실에 기어들어가 자려고?" "그런, 그런 거 아니에요…" 히만티는 간신히 울음을 삼켰다. 이렇게 울 일이 많지 않았는데, 그녀의 고향 마을에서는. 왕궁에 들어오고 나서는 자꾸 눈물이 많아졌다. "그런 거 아닌데, 그냥 왕비 궁에서 자려고…." "말." 아누라다가 짜증을 냈다. 히만티는 아차 싶어서 입을 다물었다. "놓으라고 했지." "왕, 왕비라도 왕에게 말을 놓지 않는다고 했어요." "우린 그런 사이가 아니잖아." 아누라다는 마치 뻔한 사실을 지겹도록 읊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히만티는 이제 확신이 없었다.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가족은 맞는지. 우리가 정말, 부부인지. "하지만, 왕께서는…." "아누라다라고." 남자가 기어이 신경질을 냈다. 그만큼 히만티는 움츠러들었다. "내가 앉은 자리가, 내 혈통이 그렇게 중요해? 내가 누구든 나는 네 남편이야. 너와 함께 코코넛을 마시고 침대에서 뒹굴 때든, 지금 이 왕궁에서 관을 썼든. 나는 언제나 네 남편, 아누라다였어." 계약 문의: storytelleryeon@gmail.com *표지: 무료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