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다른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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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도, 여전히 저와 결혼하고 싶으신가요?” “애초에 바란 적도 없습니다. 마음에 품은 사람이 격에 맞지도 않는 사람에게 팔려가듯 결혼하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 뿐이지.” 아벨리우스의 말을 들은 엘리자베스는 저도 모르게 바람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자신이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와 결혼하겠다는 저 왕자가 어릴 적 다 찢어져 내용조차 제대로 읽을 수 없었던 동화 속의 왕자님 같아서. “거짓말을 하고 있네요.” 그래서 알 수 있었다. 그의 행동은 너무나도 엘리자베스가 원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런 동화 같고, 평온하기만 한 일상이 허락되지 않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세상은 마치 엘리자베스를 미워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가 원하는 것을 모조리 앗아갔다. “내 인생에 그런 일이 생길 리가 없어요.” *** “잘 들어요, 아벨.” 엘리자베스의 벨벳처럼 붉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가벼운 옷에 눌어붙은 핏자국들이 잘도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고도 저렇게 아름답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엘리자베스 뿐이리라. “구원의 다른 이름은 사랑이 아니라, 복수예요.” 엘리자베스는 그 말을 끝으로 피로 칠갑된 칼을 제 발밑에 쓰러져있는 여자의 몸에 찔러 넣었다. 붉게 튀어오른 피가 엘리자베스의 새하얀 얼굴을 더럽혔지만 그녀는 그런 것 정도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맑은 표정이었다. 여자의 숨이 끊어진 것을 본 엘리자베스는 바닥에 떨어진 왕관을 쥐었다. “내가 이런 모습이라도 괜찮다면 내가 당신의 칼이자 방패가 될게요. 당신을 위해서 이깟 피, 얼마든지 뒤집어 쓸 수 있어.” 그런 엘리자베스를 본 아벨리우스는 생각했다. 여전히, 구원의 다른 이름은 사랑이다. 결국 엘리자베스를 이렇게 만든 것은, 사랑이었으니까. 그러니 그녀의 말은 틀렸다. “리지, 당신이 틀렸어. 나에게는 여전히, 구원의 다른 이름은 사랑이야.”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저 아름답고, 귀하기만 하던 여자가 저로 인해 이 많은 사람들의 피를 뒤집어쓰고 있다는 게. 천천히 엘리자베스에게 다가간 아벨리우스는 여전히 그녀의 손에 쥐어진 칼을 받아 들었다. 더 이상 엘리자베스의 손에 이런 게 잡히게 만들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일은 없어. 만일 나에게 또 다른 삶이 있었대도 난 당신을 사랑했을 거야.” 그렇기에 앞으로도 쭉 아벨리우스에게 구원은, 사랑이었다. haneulciel@naver.com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도, 여전히 저와 결혼하고 싶으신가요?” “애초에 바란 적도 없습니다. 마음에 품은 사람이 격에 맞지도 않는 사람에게 팔려가듯 결혼하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 뿐이지.” 아벨리우스의 말을 들은 엘리자베스는 저도 모르게 바람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자신이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와 결혼하겠다는 저 왕자가 어릴 적 다 찢어져 내용조차 제대로 읽을 수 없었던 동화 속의 왕자님 같아서. “거짓말을 하고 있네요.” 그래서 알 수 있었다. 그의 행동은 너무나도 엘리자베스가 원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런 동화 같고, 평온하기만 한 일상이 허락되지 않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세상은 마치 엘리자베스를 미워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가 원하는 것을 모조리 앗아갔다. “내 인생에 그런 일이 생길 리가 없어요.” *** “잘 들어요, 아벨.” 엘리자베스의 벨벳처럼 붉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가벼운 옷에 눌어붙은 핏자국들이 잘도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고도 저렇게 아름답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엘리자베스 뿐이리라. “구원의 다른 이름은 사랑이 아니라, 복수예요.” 엘리자베스는 그 말을 끝으로 피로 칠갑된 칼을 제 발밑에 쓰러져있는 여자의 몸에 찔러 넣었다. 붉게 튀어오른 피가 엘리자베스의 새하얀 얼굴을 더럽혔지만 그녀는 그런 것 정도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맑은 표정이었다. 여자의 숨이 끊어진 것을 본 엘리자베스는 바닥에 떨어진 왕관을 쥐었다. “내가 이런 모습이라도 괜찮다면 내가 당신의 칼이자 방패가 될게요. 당신을 위해서 이깟 피, 얼마든지 뒤집어 쓸 수 있어.” 그런 엘리자베스를 본 아벨리우스는 생각했다. 여전히, 구원의 다른 이름은 사랑이다. 결국 엘리자베스를 이렇게 만든 것은, 사랑이었으니까. 그러니 그녀의 말은 틀렸다. “리지, 당신이 틀렸어. 나에게는 여전히, 구원의 다른 이름은 사랑이야.”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저 아름답고, 귀하기만 하던 여자가 저로 인해 이 많은 사람들의 피를 뒤집어쓰고 있다는 게. 천천히 엘리자베스에게 다가간 아벨리우스는 여전히 그녀의 손에 쥐어진 칼을 받아 들었다. 더 이상 엘리자베스의 손에 이런 게 잡히게 만들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일은 없어. 만일 나에게 또 다른 삶이 있었대도 난 당신을 사랑했을 거야.” 그렇기에 앞으로도 쭉 아벨리우스에게 구원은, 사랑이었다. haneulci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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