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람이 되세요, 황녀님. 당신 뜻대로 저를 휘두르세요.' 귀족들이 모인 무도회장, 황제에게 약혼을 허락해 달라는 말을 막 끝낸 참이었다. "교류도 없던 플레비오와 약혼이라니. 플레비오 공자, 5 황녀에게 마음은 있는 건가?" 5 황녀 헤르테디아 벨로치니아는 계획대로 입을 다물었다. 손끝이 곱아들었지만 고개는 곧게 세운 채였다. 지금만 버티면 된다, 지금만 참으면. 사내가 그녀에게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낮게 웃었다. 허락을 재촉하듯, 마치 이 순간을 기꺼이 기다렸다는 것처럼. 알레니스 플레비오는 느릿하게 고개를 숙이며 속삭였다. “참으십시오.” 입술이 닿는 순간, 헤르테디아는 그를 밀어내지 않기 위해 눈을 내리감았다. 인내의 끝에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속이 메스꺼워도 참아야했다. 단 한 번의 형식적인 증명을 위해서. 아아, 이보다 더 이상적인 선택이 있을까. 헤르테디아는 쓰게 웃고 말았다. 이 약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다. 구원도, 사랑도 없으며 행복을 약속하지 않는다. 지켜내지 못한 언니를 대신한 자리, 혹은 서로를 죽이지 않기 위한 합의. 황위 다툼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계약에 불과했다. "증명이 되었습니까?" 결벽이 있는 5 황녀가 처음으로 남자를 받아들인 순간이었다.
'제 사람이 되세요, 황녀님. 당신 뜻대로 저를 휘두르세요.' 귀족들이 모인 무도회장, 황제에게 약혼을 허락해 달라는 말을 막 끝낸 참이었다. "교류도 없던 플레비오와 약혼이라니. 플레비오 공자, 5 황녀에게 마음은 있는 건가?" 5 황녀 헤르테디아 벨로치니아는 계획대로 입을 다물었다. 손끝이 곱아들었지만 고개는 곧게 세운 채였다. 지금만 버티면 된다, 지금만 참으면. 사내가 그녀에게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낮게 웃었다. 허락을 재촉하듯, 마치 이 순간을 기꺼이 기다렸다는 것처럼. 알레니스 플레비오는 느릿하게 고개를 숙이며 속삭였다. “참으십시오.” 입술이 닿는 순간, 헤르테디아는 그를 밀어내지 않기 위해 눈을 내리감았다. 인내의 끝에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속이 메스꺼워도 참아야했다. 단 한 번의 형식적인 증명을 위해서. 아아, 이보다 더 이상적인 선택이 있을까. 헤르테디아는 쓰게 웃고 말았다. 이 약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다. 구원도, 사랑도 없으며 행복을 약속하지 않는다. 지켜내지 못한 언니를 대신한 자리, 혹은 서로를 죽이지 않기 위한 합의. 황위 다툼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계약에 불과했다. "증명이 되었습니까?" 결벽이 있는 5 황녀가 처음으로 남자를 받아들인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