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판타지라는 장르를 아는가? 나는 안다. 내가 지금 빙의해 있거든. 문제는. “대신 나와 계약하면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겠지, 냥.” 로판이라는 장르 속에서 나 혼자 마법소녀라는 점일까. * 나는 다짐했다. 무슨 힘을 보여주든 절대 넘어가지 않으리라고. 그리고 정확히 3초 뒤, 그 다짐은 허무하게 무너져내렸다. “……라면 냄새?” “콜라도 있다, 냐.” “콜라???” 깜깜한 시야에 은은한 불빛이 들어온다. 침대 옆 협탁엔 광고에서나 볼 법한 라면이 아주 정성껏 차려져 있었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로판 세계관에 와서 대부분은 만족했지만 한식을 먹지 못하게 된 건 참 슬펐는데, 이렇게 눈앞에 라면이 있으면……. 콜라까지 있으면! “마법 소녀가 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냐.” “으해? 은헤 이허 무흔 하현이햐?” “……먹으면서 말하지 마라, 냐!” 목 넘김이 칼칼하고 부드러운 게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다 넣은 기가 막힌 맛이다. 옆에 있는 콜라를 원샷 때리니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청량감이 장난 아니다. 근래엔 탄산을 마신 적이 없어 목이 조금 따가웠지만 이 정도는 견딜만했다. 세트로 나온 김치까지 얹어 먹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나는 어째서 한국의 이 소울 푸드를 잊고 살았나. 뺨에서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져 내렸다. 허겁지겁 라면을 먹는 나를 보며 룩이 물었다. “그래서 할 거냥?” “응, 할게. 마왕이고 뭐고 내가 깔끔하게 물리쳐준다!” “……이게 세계의 미래를 지고 있는 마법 소녀라니…….” “뭐 임마. 니가 먼저 사기 계약 쳐놓고 나한테 이래?” 근데 차가운 밥 없나. 아, 이러면 내일 얼굴 붓는데. 국물까지 삭삭 긁어먹은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묻지 않고 배길 수 없었다. “근데 혹시 마법 소녀 계약에 부작용 같은 거 없지? 막 나중에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은 나였다던가, 우주의 엔트로피가 어쩌고 하면서 내가 마녀가 된다던가!” 나는 그날 고양이도 한심하단 표정을 지을 수 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로맨스판타지라는 장르를 아는가? 나는 안다. 내가 지금 빙의해 있거든. 문제는. “대신 나와 계약하면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겠지, 냥.” 로판이라는 장르 속에서 나 혼자 마법소녀라는 점일까. * 나는 다짐했다. 무슨 힘을 보여주든 절대 넘어가지 않으리라고. 그리고 정확히 3초 뒤, 그 다짐은 허무하게 무너져내렸다. “……라면 냄새?” “콜라도 있다, 냐.” “콜라???” 깜깜한 시야에 은은한 불빛이 들어온다. 침대 옆 협탁엔 광고에서나 볼 법한 라면이 아주 정성껏 차려져 있었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로판 세계관에 와서 대부분은 만족했지만 한식을 먹지 못하게 된 건 참 슬펐는데, 이렇게 눈앞에 라면이 있으면……. 콜라까지 있으면! “마법 소녀가 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냐.” “으해? 은헤 이허 무흔 하현이햐?” “……먹으면서 말하지 마라, 냐!” 목 넘김이 칼칼하고 부드러운 게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다 넣은 기가 막힌 맛이다. 옆에 있는 콜라를 원샷 때리니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청량감이 장난 아니다. 근래엔 탄산을 마신 적이 없어 목이 조금 따가웠지만 이 정도는 견딜만했다. 세트로 나온 김치까지 얹어 먹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나는 어째서 한국의 이 소울 푸드를 잊고 살았나. 뺨에서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져 내렸다. 허겁지겁 라면을 먹는 나를 보며 룩이 물었다. “그래서 할 거냥?” “응, 할게. 마왕이고 뭐고 내가 깔끔하게 물리쳐준다!” “……이게 세계의 미래를 지고 있는 마법 소녀라니…….” “뭐 임마. 니가 먼저 사기 계약 쳐놓고 나한테 이래?” 근데 차가운 밥 없나. 아, 이러면 내일 얼굴 붓는데. 국물까지 삭삭 긁어먹은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묻지 않고 배길 수 없었다. “근데 혹시 마법 소녀 계약에 부작용 같은 거 없지? 막 나중에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은 나였다던가, 우주의 엔트로피가 어쩌고 하면서 내가 마녀가 된다던가!” 나는 그날 고양이도 한심하단 표정을 지을 수 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