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로디 로스칼(23) 왕립병원의 간호사인 엘로디는 킨비다드 왕국의 숨겨진 공주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킨비다드를 구하기 위해서 그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 하나. 노이엔 제국 황제와의 결혼이었다. 엘로디는 그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름도, 신분도 모르는 제국인과 하룻밤을 보내게 된 것은 그래서였다. 그저 단 한 번의 일탈이라 믿었지만 그 선택은 엘로디를 개인의 삶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왕국과 제국의 비밀이 얽힌 소용돌이로 끌어들인다. 15년 전 이사벨 대전의 진실과 이어지는 시작점이 된 그 밤, 엘로디는 그 진실의 목격자로서 역사의 한 가운데 서게 된다. 레나트 폰 슐로우츠(25) 레나트는 노이엔 제국의 해군이자 우방국 킨비다드를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이다. 황제가 가장 사랑하는 막내아들이기도 한 그는, 전쟁이 끝나는 날 승리를 자축하는 자리에서 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스쳐 지나갈 인연이라 여겼던 밤은 예상과 달리 그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게 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에게 빠져들수록 15년 전 묻혀 있던 기억들이 서서히 되살아난다. 그 기억 끝에는 15년 전 이사벨 대전의 잔혹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 전쟁의 막바지, 결혼 동맹의 희생양이 되어 버린 엘로디 로스칼. 도망치기 위해 전방의 종군 간호사로 지원했다. 포탄이 날아오는 곳에서 매일 같이 피를 뒤집어 쓰고, 시체를 닦으면서도 오로지 돈 생각뿐이었다. 대륙으로 가는 배삯은 생각보다 값비쌌다. 죽음 앞에 존엄을 지워버린 삶. 그런 그녀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제국의 자랑스러운 해군 장교, 레나트 폰 슐로우츠. 맹수 같은 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다가온 남자는 정중한 태도로 엘로디를 능욕했다. "우리가 새벽에 멈추지 않았더라면 이보다는 조금 더 아름다웠을 텐데요." 미치광이의 눈을 하고 멀쩡한 사람처럼 말을 하는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는 시선마저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엘로디를 잡아 돌렸다. "그냥 놀자고. 순진한 척 그만두고." 무구해서 더 사악해 보이는 미소였다. 그랬던 그인데. "기어이 내가 죽는 꼴을 보고 싶다면 도망쳐도 좋아. 대신 각오해. 잡히면 그땐 지금보다 더 지옥일 테니까." 엘로디를 더럽히고 짓밟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던 그가 사랑을 깨닫고 처절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덤을 파헤쳐서라도 난 너 가질 거거든. 시체도 예쁠 거야, 분명히." 잔혹함을 가장한 두 눈에는 어린아이를 닮은 공포가 웅크리고 있었다.
엘로디 로스칼(23) 왕립병원의 간호사인 엘로디는 킨비다드 왕국의 숨겨진 공주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킨비다드를 구하기 위해서 그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 하나. 노이엔 제국 황제와의 결혼이었다. 엘로디는 그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름도, 신분도 모르는 제국인과 하룻밤을 보내게 된 것은 그래서였다. 그저 단 한 번의 일탈이라 믿었지만 그 선택은 엘로디를 개인의 삶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왕국과 제국의 비밀이 얽힌 소용돌이로 끌어들인다. 15년 전 이사벨 대전의 진실과 이어지는 시작점이 된 그 밤, 엘로디는 그 진실의 목격자로서 역사의 한 가운데 서게 된다. 레나트 폰 슐로우츠(25) 레나트는 노이엔 제국의 해군이자 우방국 킨비다드를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이다. 황제가 가장 사랑하는 막내아들이기도 한 그는, 전쟁이 끝나는 날 승리를 자축하는 자리에서 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스쳐 지나갈 인연이라 여겼던 밤은 예상과 달리 그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게 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에게 빠져들수록 15년 전 묻혀 있던 기억들이 서서히 되살아난다. 그 기억 끝에는 15년 전 이사벨 대전의 잔혹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 전쟁의 막바지, 결혼 동맹의 희생양이 되어 버린 엘로디 로스칼. 도망치기 위해 전방의 종군 간호사로 지원했다. 포탄이 날아오는 곳에서 매일 같이 피를 뒤집어 쓰고, 시체를 닦으면서도 오로지 돈 생각뿐이었다. 대륙으로 가는 배삯은 생각보다 값비쌌다. 죽음 앞에 존엄을 지워버린 삶. 그런 그녀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제국의 자랑스러운 해군 장교, 레나트 폰 슐로우츠. 맹수 같은 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다가온 남자는 정중한 태도로 엘로디를 능욕했다. "우리가 새벽에 멈추지 않았더라면 이보다는 조금 더 아름다웠을 텐데요." 미치광이의 눈을 하고 멀쩡한 사람처럼 말을 하는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는 시선마저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엘로디를 잡아 돌렸다. "그냥 놀자고. 순진한 척 그만두고." 무구해서 더 사악해 보이는 미소였다. 그랬던 그인데. "기어이 내가 죽는 꼴을 보고 싶다면 도망쳐도 좋아. 대신 각오해. 잡히면 그땐 지금보다 더 지옥일 테니까." 엘로디를 더럽히고 짓밟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던 그가 사랑을 깨닫고 처절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덤을 파헤쳐서라도 난 너 가질 거거든. 시체도 예쁠 거야, 분명히." 잔혹함을 가장한 두 눈에는 어린아이를 닮은 공포가 웅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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