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이군. 우리 둘 다 형편없는 어른으로 자라버렸네?” 8년 전, 내 인생의 전부였던 그 상냥한 약혼자는… 지독한 전장에서 돌아와, 살인귀의 눈으로 속삭였다. 오로지 ‘나’ 를 위해 죽어주겠다며.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가 있다. 그가 전장에 나간 동안, 이 저택의 폭군 노릇을 하던 그 친형. “니콜라스는 죽었어, 세살리아.” 그는 나를 한없이 옥죄어 왔다. “명심해. 네 그 상복 같은 검은 드레스를 벗기는 건, 죽은 내 동생이 아니라 결국 내가 될 테니까.” 마치 정말 내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듯이. 죽음만이 유일한 도망이라 믿으며 밧줄을 움켜쥐었던 그날. 가면 같은 미소를 지은 군인이 내 앞에 나타났다. “소령님을, 아니, 당신의 약혼자를 찾아냈습니다.” “그분은 지금…….” “짐승만도 못하게, 정신병동에 갇혀 있죠.” 아무래도 좋았다. 정말이지. 그가 불구가 되었건, 정신을 잃었건. 나는 영원히 그를 사랑할 테고, 그를 위해 뭐든……! 그런 내 광기 어린 사랑이 집착으로 변한 까닭이었을까. 그립고 그립던 그 남자는, 제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며 말한다. “그때도 그랬듯이, 너를 위해 떠나줄게. 그래. 다 너를 위해서야.” 탕! 무엇일까. 총알을 맞은 건, 그의 머리가 아닌, 내 심장인 것 같은 이 기분은. 도대체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까. — 죽은 줄 알았던 약혼자의 귀환. 바라고 바랐던 그 기적이 일어났지만, 이 세상 모든 일은 마침표가 굳기 전에는 알 수 없듯이, 그 기적은 종지에는 저주로 끝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 본 작품은 <거침있는 사이>의 리메이크 작입니다. 작가 메일: hidia2010@gmail.com 작품 표지: @bboooggi
“유감이군. 우리 둘 다 형편없는 어른으로 자라버렸네?” 8년 전, 내 인생의 전부였던 그 상냥한 약혼자는… 지독한 전장에서 돌아와, 살인귀의 눈으로 속삭였다. 오로지 ‘나’ 를 위해 죽어주겠다며.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가 있다. 그가 전장에 나간 동안, 이 저택의 폭군 노릇을 하던 그 친형. “니콜라스는 죽었어, 세살리아.” 그는 나를 한없이 옥죄어 왔다. “명심해. 네 그 상복 같은 검은 드레스를 벗기는 건, 죽은 내 동생이 아니라 결국 내가 될 테니까.” 마치 정말 내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듯이. 죽음만이 유일한 도망이라 믿으며 밧줄을 움켜쥐었던 그날. 가면 같은 미소를 지은 군인이 내 앞에 나타났다. “소령님을, 아니, 당신의 약혼자를 찾아냈습니다.” “그분은 지금…….” “짐승만도 못하게, 정신병동에 갇혀 있죠.” 아무래도 좋았다. 정말이지. 그가 불구가 되었건, 정신을 잃었건. 나는 영원히 그를 사랑할 테고, 그를 위해 뭐든……! 그런 내 광기 어린 사랑이 집착으로 변한 까닭이었을까. 그립고 그립던 그 남자는, 제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며 말한다. “그때도 그랬듯이, 너를 위해 떠나줄게. 그래. 다 너를 위해서야.” 탕! 무엇일까. 총알을 맞은 건, 그의 머리가 아닌, 내 심장인 것 같은 이 기분은. 도대체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까. — 죽은 줄 알았던 약혼자의 귀환. 바라고 바랐던 그 기적이 일어났지만, 이 세상 모든 일은 마침표가 굳기 전에는 알 수 없듯이, 그 기적은 종지에는 저주로 끝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 본 작품은 <거침있는 사이>의 리메이크 작입니다. 작가 메일: hidia2010@gmail.com 작품 표지: @bbooogg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