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해, 여사님. 다음에 내 얼굴에 한 번만 더 손대면 그 손목, 부러뜨려 버릴 거야." 정말이지 뵈는 게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엄마가 죽은 마당에. 내키지도 않는 결혼을 팔려가듯 하게 된 마당에. "재수 없게..." 수민의 미간이 사납게 구겨졌다. 사실 따지고 보면 커피는 죄가 없었다. 그냥, 오늘은 뭘 해도 끔찍할 것만 같은 그런 날이었다. 뭐랄까, 도살장에 끌려간 소가 된 기분이랄까. 오늘은 그녀의 결혼식이었다. . . 한 줌이나 될까 한 흐릿한 기억 속엔, 한 남자가 있었다. 정말이지 술이 많이 취한 밤이었다. 아니 새벽이었던가. ㅡ나라앙... 결혼 할 거에요, 진짜? 에이... 하지 말지... 나 사실 삼선짜장인지 의원인지 몰라. 딱 한 번 봤다니깐...요. 버림받은 핏줄도 핏줄이라고, 훗! 엎어요 제발. 나 완전...짭이라니깐? 풉! 그리고 이건 술주정이었고. 진우는 느리게 걸어와 그녀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턱을 괴고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ㅡ훗! 기가 막혔는지 조금 웃었다. 장례식장 창문 밖으로 까만 밤이 드리워져있었다. 익숙한 어둠 여기저기에 소금 같은 별이 다닥다닥 박혀 반짝였다. ㅡ응, 알아. 너 짭인 거. 수민은 손가락을 뻗어 흘러내린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그리고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빤히 쳐다보며 느리게, 대단한 비밀이라도 말하듯 중얼거렸다. ㅡ그러니까, 엎어요. 실처럼 작은 하얀 리본이 달린 실삔 하나가 툭, 상 위로 떨어졌다. 그녀의 머리에 달려 있던 것이었다. ㅡ난 엎을 힘도 없으니까. 그쪽에서 엎으면 조용히 사라져줄게요. 수민은 말과 함께 실삔을 향해 손을 뻗었다. ㅡ싫어. 진우는 짧은 대답과 동시에 수민의 손에 거의 닿은 실삔을 가로챘다. ㅡ난 좋은데. 이 결혼. 그리고 수민의 옆머리에 자연스럽게 꽂아주고는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
"조심해, 여사님. 다음에 내 얼굴에 한 번만 더 손대면 그 손목, 부러뜨려 버릴 거야." 정말이지 뵈는 게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엄마가 죽은 마당에. 내키지도 않는 결혼을 팔려가듯 하게 된 마당에. "재수 없게..." 수민의 미간이 사납게 구겨졌다. 사실 따지고 보면 커피는 죄가 없었다. 그냥, 오늘은 뭘 해도 끔찍할 것만 같은 그런 날이었다. 뭐랄까, 도살장에 끌려간 소가 된 기분이랄까. 오늘은 그녀의 결혼식이었다. . . 한 줌이나 될까 한 흐릿한 기억 속엔, 한 남자가 있었다. 정말이지 술이 많이 취한 밤이었다. 아니 새벽이었던가. ㅡ나라앙... 결혼 할 거에요, 진짜? 에이... 하지 말지... 나 사실 삼선짜장인지 의원인지 몰라. 딱 한 번 봤다니깐...요. 버림받은 핏줄도 핏줄이라고, 훗! 엎어요 제발. 나 완전...짭이라니깐? 풉! 그리고 이건 술주정이었고. 진우는 느리게 걸어와 그녀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턱을 괴고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ㅡ훗! 기가 막혔는지 조금 웃었다. 장례식장 창문 밖으로 까만 밤이 드리워져있었다. 익숙한 어둠 여기저기에 소금 같은 별이 다닥다닥 박혀 반짝였다. ㅡ응, 알아. 너 짭인 거. 수민은 손가락을 뻗어 흘러내린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그리고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빤히 쳐다보며 느리게, 대단한 비밀이라도 말하듯 중얼거렸다. ㅡ그러니까, 엎어요. 실처럼 작은 하얀 리본이 달린 실삔 하나가 툭, 상 위로 떨어졌다. 그녀의 머리에 달려 있던 것이었다. ㅡ난 엎을 힘도 없으니까. 그쪽에서 엎으면 조용히 사라져줄게요. 수민은 말과 함께 실삔을 향해 손을 뻗었다. ㅡ싫어. 진우는 짧은 대답과 동시에 수민의 손에 거의 닿은 실삔을 가로챘다. ㅡ난 좋은데. 이 결혼. 그리고 수민의 옆머리에 자연스럽게 꽂아주고는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