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소개가 늦었네요. 현장 조사 1부 부장 로만 하워드입니다.” “네? 현장 조사 1부요?” 엘로디는 저도 몰래 새된 소리를 내고는,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쏠렸던 몇 시선에 이제는 적대적인 감정마저 섞여 든 것만 같았다. 겉으론 생글생글 웃으며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남자. 그러나 자신을 향해 짓는 저 미소조차도 가식인 사람. 자신이 5년 전 사교계에서 자취를 감추며 속으로 수천 번 저주하며 욕했던 그 남자. 로만 하워드가 눈앞에 서 있었다. 영영 마주치지 않길 바라 마다하던 그 남자가 배정받은 부서의 부장이라니. “잘 부탁드려요. 엘로디 하트웰 양.” 남자의 잘생긴 눈매가 시원한 호선을 그리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때도 이 웃는 얼굴에 속았지.’ 엘로디는 로만 하워드라는 남자가 얼마나 겉과 속이 다른 이기적인 인간인지 알았다. 과거 그가 제게 했던 행동은 절대 잊히지 않을 악몽과도 같았으니까.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게 제 앞에 나타나 인사를 건네다니. ‘날 얼마나 우습게 생각했으면.’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범벅되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속이 울렁거리고 체한 것처럼 명치가 답답했다. 나는 아직도 그 기억으로 괴로운데. 당신은 아무렇지 않게 잊어버린 거야? 아니면 뻔뻔스럽게 지금이라도 내게 사과하고 싶은 거야? 탁- “악수는 괜찮습니다.” 엘로디는 얼굴을 굳힌 채 내밀어온 손을 가볍게 쳐냈다.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아니, 그 일을 겪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싱긋거리던 사내의 눈동자가 당황으로 커졌다. 정말 자신의 악수를 받아줄 거라고 생각한 걸까. 이내 손을 거둔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엘로디는 옅은 조소를 흘리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려왔다. 자리에 앉은 엘로디는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이사님께 팀을 바꿔 달라 개인면담을 하면 바꿔줄까? 아니. 이제 입사한 신입이 고작 껄끄러운 사이라고 분란을 일으킨다면? 사적인 일로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이라고 진작 자르고도 남겠지.’ 결국 돌고 돌아 결론은 같았다. 엘로디는 어렵사리 들어온 이 회사를 고작 로만 하워드라는 인간 때문에 그만두고 싶지 않았고, 윗사람들에게 굳이 껄끄러운 이야기를 꺼내 화제의 중심에 서고 싶지도 않았다. 이 모든 상황을 감내하고 아무렇지 않게 회사를 다니는 것. 그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는 가해자와 그녀는 피해자, 이 관계의 끝은 과연 어떻게 될까.
“제 소개가 늦었네요. 현장 조사 1부 부장 로만 하워드입니다.” “네? 현장 조사 1부요?” 엘로디는 저도 몰래 새된 소리를 내고는,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쏠렸던 몇 시선에 이제는 적대적인 감정마저 섞여 든 것만 같았다. 겉으론 생글생글 웃으며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남자. 그러나 자신을 향해 짓는 저 미소조차도 가식인 사람. 자신이 5년 전 사교계에서 자취를 감추며 속으로 수천 번 저주하며 욕했던 그 남자. 로만 하워드가 눈앞에 서 있었다. 영영 마주치지 않길 바라 마다하던 그 남자가 배정받은 부서의 부장이라니. “잘 부탁드려요. 엘로디 하트웰 양.” 남자의 잘생긴 눈매가 시원한 호선을 그리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때도 이 웃는 얼굴에 속았지.’ 엘로디는 로만 하워드라는 남자가 얼마나 겉과 속이 다른 이기적인 인간인지 알았다. 과거 그가 제게 했던 행동은 절대 잊히지 않을 악몽과도 같았으니까.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게 제 앞에 나타나 인사를 건네다니. ‘날 얼마나 우습게 생각했으면.’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범벅되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속이 울렁거리고 체한 것처럼 명치가 답답했다. 나는 아직도 그 기억으로 괴로운데. 당신은 아무렇지 않게 잊어버린 거야? 아니면 뻔뻔스럽게 지금이라도 내게 사과하고 싶은 거야? 탁- “악수는 괜찮습니다.” 엘로디는 얼굴을 굳힌 채 내밀어온 손을 가볍게 쳐냈다.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아니, 그 일을 겪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싱긋거리던 사내의 눈동자가 당황으로 커졌다. 정말 자신의 악수를 받아줄 거라고 생각한 걸까. 이내 손을 거둔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엘로디는 옅은 조소를 흘리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려왔다. 자리에 앉은 엘로디는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이사님께 팀을 바꿔 달라 개인면담을 하면 바꿔줄까? 아니. 이제 입사한 신입이 고작 껄끄러운 사이라고 분란을 일으킨다면? 사적인 일로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이라고 진작 자르고도 남겠지.’ 결국 돌고 돌아 결론은 같았다. 엘로디는 어렵사리 들어온 이 회사를 고작 로만 하워드라는 인간 때문에 그만두고 싶지 않았고, 윗사람들에게 굳이 껄끄러운 이야기를 꺼내 화제의 중심에 서고 싶지도 않았다. 이 모든 상황을 감내하고 아무렇지 않게 회사를 다니는 것. 그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는 가해자와 그녀는 피해자, 이 관계의 끝은 과연 어떻게 될까.

-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댓글은 작가님께 힘이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