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항해의 시대였다. 파도를 거스른 배들이 세상의 끝에서 끝으로 닿았고, 그 뱃길 위로 향신료와 비단과 금이 흘렀다. 새로운 땅이 발견될 때마다 지도가 새로 그려졌고, 지도가 새로 그려질 때마다 누군가의 나라가 지워졌다. 누군가의 이름이 사라졌다. 누군가의 언어가 혼자만 아는 말이 되었다. 란주는 그런 시대의 한가운데 떨어진 아이였다.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몰랐다. 본인도 몰랐다. 항구의 뱃사람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그녀의 핏줄을 안주 삼았고, 란주는 지지 않기 위해 눈꼬리를 세웠다. 스스로를 인도인이라 끊임없이 되뇌었다. 이제는 흐릿해진 기억 속, 죽은 제 어미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돌아갈 나라조차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니까. 날 때부터 배워온 언어가 세상 어디에도 닿지 않는 말이 되어버리니까. 주홍빛 횃불 아래,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가라앉은 낡은 주점에서. 란주는 오늘도 무거운 술통을 들고 사내들 사이를 누볐다.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지지 않으려, 꼬마라는 소리에 지지 않으려, 그리고 어쩌면 — 자기 자신에게 지지 않으려. 그리고 일 년에 한 번, 혹은 두 번에 한 번. 먼 바닷길에서 그가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며.
바야흐로 대항해의 시대였다. 파도를 거스른 배들이 세상의 끝에서 끝으로 닿았고, 그 뱃길 위로 향신료와 비단과 금이 흘렀다. 새로운 땅이 발견될 때마다 지도가 새로 그려졌고, 지도가 새로 그려질 때마다 누군가의 나라가 지워졌다. 누군가의 이름이 사라졌다. 누군가의 언어가 혼자만 아는 말이 되었다. 란주는 그런 시대의 한가운데 떨어진 아이였다.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몰랐다. 본인도 몰랐다. 항구의 뱃사람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그녀의 핏줄을 안주 삼았고, 란주는 지지 않기 위해 눈꼬리를 세웠다. 스스로를 인도인이라 끊임없이 되뇌었다. 이제는 흐릿해진 기억 속, 죽은 제 어미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돌아갈 나라조차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니까. 날 때부터 배워온 언어가 세상 어디에도 닿지 않는 말이 되어버리니까. 주홍빛 횃불 아래,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가라앉은 낡은 주점에서. 란주는 오늘도 무거운 술통을 들고 사내들 사이를 누볐다.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지지 않으려, 꼬마라는 소리에 지지 않으려, 그리고 어쩌면 — 자기 자신에게 지지 않으려. 그리고 일 년에 한 번, 혹은 두 번에 한 번. 먼 바닷길에서 그가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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