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을 깎아 먹으면서까지 잠을 구걸하라는 것인가.” 낮에는 냉혹한 제국의 주인으로, 밤에는 환청에 난도질당하는 미치광이로. 카일로즈는 제 부친들이 그랬듯 비참한 말로를 향해 걷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나타난 기이한 정적. 벨루아 백작가의 여식, 엘레나와 눈이 마주친 찰나였다. “……이 여인이다. 분명 무언가 있어.” 황후 따위엔 관심 없다며 영애들을 유령 취급하던 폭군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처음으로 손을 내밀었다. “왜 저였습니까?” “그대 역시 황후 자리 따위엔 관심이 없어 보여서 말이지.” 이기적인 계산이라 치부하며 돌아서려 했지만, 그녀가 잡은 손끝에서 번지는 고요는 시리도록 달콤했다. “가지 마라. 네가 없으면 나는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저주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정답. 비명으로 가득 찼던 황제의 밤에 고요하고 따스한 푸른 안식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ooheon08@naver.com
“내 영혼을 깎아 먹으면서까지 잠을 구걸하라는 것인가.” 낮에는 냉혹한 제국의 주인으로, 밤에는 환청에 난도질당하는 미치광이로. 카일로즈는 제 부친들이 그랬듯 비참한 말로를 향해 걷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나타난 기이한 정적. 벨루아 백작가의 여식, 엘레나와 눈이 마주친 찰나였다. “……이 여인이다. 분명 무언가 있어.” 황후 따위엔 관심 없다며 영애들을 유령 취급하던 폭군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처음으로 손을 내밀었다. “왜 저였습니까?” “그대 역시 황후 자리 따위엔 관심이 없어 보여서 말이지.” 이기적인 계산이라 치부하며 돌아서려 했지만, 그녀가 잡은 손끝에서 번지는 고요는 시리도록 달콤했다. “가지 마라. 네가 없으면 나는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저주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정답. 비명으로 가득 찼던 황제의 밤에 고요하고 따스한 푸른 안식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ooheon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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