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거래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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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궁에 갇힌 지 십 년, 성인이 되기도 전에 정해진 정략혼. 그저 웃으며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양목 미로 안에서, 그 사내를 마주치기 전까지는. "이런 곳에서 또 쓰러지시면 곤란한데." 전장에서 돌아온 몸과 감히 아름답다 말하기도 서늘한 흑청색 눈동자. 그녀는 생각했다. 저 사내라면 이 나라의 어떤 담장도 넘게 해 줄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그 예감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그녀는 이내 깨닫게 됐다. "만약에. 내가 도와준다면. 둘 다 가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는 것과, 원하는 것. 둘 다."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왕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이름, 아르반 공작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당신을 보물실 앞까지 데려다주죠. 대신, 나를 반드시 그 배에 태워요." 계약은 그렇게 성립됐다. 그리고 그날 밤, 만인이 지켜보는 앞에서 — 그녀는 십 년 만에 처음으로 스스로 고른 자리 위에 섰다. 유폐된 공주, 레일리아 페이른. 살아남는 법만 알던 그녀가, 처음으로 원하는 것을 향해 손을 뻗기 시작했다.

별궁에 갇힌 지 십 년, 성인이 되기도 전에 정해진 정략혼. 그저 웃으며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양목 미로 안에서, 그 사내를 마주치기 전까지는. "이런 곳에서 또 쓰러지시면 곤란한데." 전장에서 돌아온 몸과 감히 아름답다 말하기도 서늘한 흑청색 눈동자. 그녀는 생각했다. 저 사내라면 이 나라의 어떤 담장도 넘게 해 줄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그 예감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그녀는 이내 깨닫게 됐다. "만약에. 내가 도와준다면. 둘 다 가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는 것과, 원하는 것. 둘 다."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왕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이름, 아르반 공작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당신을 보물실 앞까지 데려다주죠. 대신, 나를 반드시 그 배에 태워요." 계약은 그렇게 성립됐다. 그리고 그날 밤, 만인이 지켜보는 앞에서 — 그녀는 십 년 만에 처음으로 스스로 고른 자리 위에 섰다. 유폐된 공주, 레일리아 페이른. 살아남는 법만 알던 그녀가, 처음으로 원하는 것을 향해 손을 뻗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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