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드래곤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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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계 #먼치킨수 #후회공 드래곤의 금지옥엽으로 18년을 살았다. 내가 가족들과 같은 드래곤이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도 옛일이었다. 지금 나는, 나와 같은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 궁금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저도 둥지를 나가는 걸 허락해 주세요!” “그게 무슨 소리냐……! 집을 나가게 해 달라니!” 아버지를 조른 끝에 홀로 떠나게 된 여행은 즐거웠다. 모험가가 되어 그간 책으로만 보았던 바깥 세상을 탐방하고, 인간들에게 도움을 주고, 왕국의 왕자와 친구도 됐다. 그런데, 다들 왜 자꾸 나한테 드래곤이라고 하는 거지? 저희 아빠는 드래곤이지만, 전 드래곤이 아닌데요? *** “도망…… 쳐, 아디르…….” “에시.” 그때 피투성이가 된 에스테반이 힘겹게 눈을 떠 아디르에게 말했다. 옆구리가 꿰뚫린 고통을 참고, 띄엄띄엄 말을 전하는 목소리는 필사적이었다. “붙잡히면 죽을 거야……. 드래곤의 신체엔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으니까. 죽을 만큼 괴롭혀지다가, 죽은 후에도 낱낱이 해체되어서 능욕당할 거라고. 그러기 전에, 어서…….”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쪽은 에스테반이었다. 머리색보다 짙고 채도가 높은, 아디르가 좋아했던 꿀 같은 금안에 초점이 희미했다. 그러나 그 다급하고 안타까운 상황에서도 가장 당황스러운 부분은 따로 있었다. 인간 마법사가 하필이면 그러한 마법으로 아디르를 상대하려 한 이유와, 에스테반이 전하는 경고엔 근본적인 오류가 존재했다. “그치만…… 나 드래곤 아닌데?” 아디르는 인간이었다. 그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드래곤의 둥지에서 자라, 뒤늦게 인간 세상의 상식을 차차 배워나가는 단계일 뿐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꽤 잘 적응해서 어울려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어째서 이런 오해를 사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물렁물렁한 몸에, 빈약한 마력을 가진 제게 드래곤이라니. 이는 필시 저들이 드래곤을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생겨난 착오였다. 아디르가 아는 드래곤은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대단한 종족이었다. 강하고 아름다운 육체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힘, 그에 걸맞은 품격까지 빠짐없이 갖춘 완벽한 존재. 그리고 아디르는 그런 가족들에 비하면 한없이 보잘것없고 약하기만 한 존재였다. ‘이젠 알아.’ 그 역시 한때 바보 같은 착각 속에 산 적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 모든 일은 18년 전, 아디르가 기억할 수도 없는 그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착각계 #먼치킨수 #후회공 드래곤의 금지옥엽으로 18년을 살았다. 내가 가족들과 같은 드래곤이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도 옛일이었다. 지금 나는, 나와 같은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 궁금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저도 둥지를 나가는 걸 허락해 주세요!” “그게 무슨 소리냐……! 집을 나가게 해 달라니!” 아버지를 조른 끝에 홀로 떠나게 된 여행은 즐거웠다. 모험가가 되어 그간 책으로만 보았던 바깥 세상을 탐방하고, 인간들에게 도움을 주고, 왕국의 왕자와 친구도 됐다. 그런데, 다들 왜 자꾸 나한테 드래곤이라고 하는 거지? 저희 아빠는 드래곤이지만, 전 드래곤이 아닌데요? *** “도망…… 쳐, 아디르…….” “에시.” 그때 피투성이가 된 에스테반이 힘겹게 눈을 떠 아디르에게 말했다. 옆구리가 꿰뚫린 고통을 참고, 띄엄띄엄 말을 전하는 목소리는 필사적이었다. “붙잡히면 죽을 거야……. 드래곤의 신체엔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으니까. 죽을 만큼 괴롭혀지다가, 죽은 후에도 낱낱이 해체되어서 능욕당할 거라고. 그러기 전에, 어서…….”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쪽은 에스테반이었다. 머리색보다 짙고 채도가 높은, 아디르가 좋아했던 꿀 같은 금안에 초점이 희미했다. 그러나 그 다급하고 안타까운 상황에서도 가장 당황스러운 부분은 따로 있었다. 인간 마법사가 하필이면 그러한 마법으로 아디르를 상대하려 한 이유와, 에스테반이 전하는 경고엔 근본적인 오류가 존재했다. “그치만…… 나 드래곤 아닌데?” 아디르는 인간이었다. 그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드래곤의 둥지에서 자라, 뒤늦게 인간 세상의 상식을 차차 배워나가는 단계일 뿐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꽤 잘 적응해서 어울려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어째서 이런 오해를 사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물렁물렁한 몸에, 빈약한 마력을 가진 제게 드래곤이라니. 이는 필시 저들이 드래곤을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생겨난 착오였다. 아디르가 아는 드래곤은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대단한 종족이었다. 강하고 아름다운 육체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힘, 그에 걸맞은 품격까지 빠짐없이 갖춘 완벽한 존재. 그리고 아디르는 그런 가족들에 비하면 한없이 보잘것없고 약하기만 한 존재였다. ‘이젠 알아.’ 그 역시 한때 바보 같은 착각 속에 산 적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 모든 일은 18년 전, 아디르가 기억할 수도 없는 그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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