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창구에는 죽은 사람이 앉는다. 구청 행정복지센터 9급 주무관 구해원. 그의 눈에는 미결 민원을 남기고 죽은 사람이 보인다. 도장이 어디 있는지 아들이 못 찾는다는 노인, 비석에 이름 한 글자가 잘못 새겨졌다는 사람, 값은 안 받고 장판을 깔아 주라던 아버지. 사연은 하나같이 사소하고, 요건은 하나같이 빡빡하다. 해원이 가진 것은 접수 도장과 반려 도장, 둘뿐이다. 되살릴 수도 없고 산 사람에게 손댈 수도 없다. 그리고 대가가 있다. **접수하면 그 사연을 잊고, 반려하면 잊지 못한다.** 그런 3번 창구에 감독관이 하나 있다. 결재판을 들고 서두르지 않는 걸음으로 다가와, 요즘 쓰지 않는 획법으로 결재란을 채우는 사람. 손에 체온이 없고, 유리에 입김이 서리지 않는 사람. 해원을 '구 주무관'이 아니라 옛 호칭으로 부르는 사람. 해원은 그를 '나리'라고 불러야 한다. ── ※ 표지 일러스트: 자체 제작(생성형 AI 활용).
3번 창구에는 죽은 사람이 앉는다. 구청 행정복지센터 9급 주무관 구해원. 그의 눈에는 미결 민원을 남기고 죽은 사람이 보인다. 도장이 어디 있는지 아들이 못 찾는다는 노인, 비석에 이름 한 글자가 잘못 새겨졌다는 사람, 값은 안 받고 장판을 깔아 주라던 아버지. 사연은 하나같이 사소하고, 요건은 하나같이 빡빡하다. 해원이 가진 것은 접수 도장과 반려 도장, 둘뿐이다. 되살릴 수도 없고 산 사람에게 손댈 수도 없다. 그리고 대가가 있다. **접수하면 그 사연을 잊고, 반려하면 잊지 못한다.** 그런 3번 창구에 감독관이 하나 있다. 결재판을 들고 서두르지 않는 걸음으로 다가와, 요즘 쓰지 않는 획법으로 결재란을 채우는 사람. 손에 체온이 없고, 유리에 입김이 서리지 않는 사람. 해원을 '구 주무관'이 아니라 옛 호칭으로 부르는 사람. 해원은 그를 '나리'라고 불러야 한다. ── ※ 표지 일러스트: 자체 제작(생성형 AI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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