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황제는 죽었다. 그리고 황제가 죽은 순간, 나도 자유가 되는 줄 알았다. 내 인생이 꼬인 건 공연을 보러 온 황제와 얼굴이 너무 닮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나 대신 황제가 되어 봐.” 처음에는 딱 한 번뿐이라고 했다. 암살의 위험이 있는 자리에 대신 앉아 있고, 말하지 않고, 웃지 않고, 황제처럼 보이기만 하면 된다고. 그 한 번이 삼 년이 됐다. 황제의 말투를 외우고, 걸음걸이를 따라 하고, 사람을 내려다보는 눈빛까지 연기했다. 속으로는 매번 들킬까 봐 죽을 것 같았지만, 아무도 몰랐다. 오히려 사람들은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예전보다 더 위엄 있어지셨다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연회뿐 아니라 사절을 만나고, 대신회의에 앉고, 황제 대신 명령까지 내리게 됐다. 그래도 괜찮았다. 나는 어디까지나 대역이었으니까. 언젠가 이 연극도 끝날 테니까. 그리고 마침내 진짜 황제가 죽었다. “이제 저는 필요 없겠군요.” 왕관을 벗고 실베스터 아르노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남자, 그리폰 기사단장 레이먼드 하르트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폐하.” “잘못 부르셨습니다.” 죽은 황제는 그의 등 뒤에 있었다. “제가 모신 황제는 처음부터 당신이었습니다.” 공 : 레이먼드 하르트 에르델란 황실 제1기사단, 그리폰 기사단장. 황제의 최측근이자 실베스터의 정체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 실베스터가 처음 대역이 되었을 때부터 그가 진짜 레오폴드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봤다. 수 : 실베스터 아르노 지방의 작은 극단 출신 배우. 황제 레오폴드와 놀랄 만큼 닮은 외모와 목소리, 뛰어난 연기력 때문에 황제의 대역으로 발탁됐다. 속으로는 겁이 많고 하루에도 몇 번씩 도망치고 싶어 하지만, 사람들 앞에 서는 순간 완벽하게 황제가 된다. 황제라면 어떻게 말할지, 무엇을 선택할지, 어떻게 사람들을 지켜야 할지 고민하고 연기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연기를 삼 년이나 했더니 사람들이 진짜로 황제라고 믿기 시작했다. [#서양풍, #궁정물, #정치물, #대역수, #배우수, #연기천재수, #겉강수, #속쫄보수, #어쩌다황제수, #미남수, #금발수, #능력수, #평민수, #기사단장공, #충성공, #계략공, #집착공, #미남공, #연상공, #녹안공, #수한정충성공]
진짜 황제는 죽었다. 그리고 황제가 죽은 순간, 나도 자유가 되는 줄 알았다. 내 인생이 꼬인 건 공연을 보러 온 황제와 얼굴이 너무 닮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나 대신 황제가 되어 봐.” 처음에는 딱 한 번뿐이라고 했다. 암살의 위험이 있는 자리에 대신 앉아 있고, 말하지 않고, 웃지 않고, 황제처럼 보이기만 하면 된다고. 그 한 번이 삼 년이 됐다. 황제의 말투를 외우고, 걸음걸이를 따라 하고, 사람을 내려다보는 눈빛까지 연기했다. 속으로는 매번 들킬까 봐 죽을 것 같았지만, 아무도 몰랐다. 오히려 사람들은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예전보다 더 위엄 있어지셨다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연회뿐 아니라 사절을 만나고, 대신회의에 앉고, 황제 대신 명령까지 내리게 됐다. 그래도 괜찮았다. 나는 어디까지나 대역이었으니까. 언젠가 이 연극도 끝날 테니까. 그리고 마침내 진짜 황제가 죽었다. “이제 저는 필요 없겠군요.” 왕관을 벗고 실베스터 아르노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남자, 그리폰 기사단장 레이먼드 하르트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폐하.” “잘못 부르셨습니다.” 죽은 황제는 그의 등 뒤에 있었다. “제가 모신 황제는 처음부터 당신이었습니다.” 공 : 레이먼드 하르트 에르델란 황실 제1기사단, 그리폰 기사단장. 황제의 최측근이자 실베스터의 정체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 실베스터가 처음 대역이 되었을 때부터 그가 진짜 레오폴드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봤다. 수 : 실베스터 아르노 지방의 작은 극단 출신 배우. 황제 레오폴드와 놀랄 만큼 닮은 외모와 목소리, 뛰어난 연기력 때문에 황제의 대역으로 발탁됐다. 속으로는 겁이 많고 하루에도 몇 번씩 도망치고 싶어 하지만, 사람들 앞에 서는 순간 완벽하게 황제가 된다. 황제라면 어떻게 말할지, 무엇을 선택할지, 어떻게 사람들을 지켜야 할지 고민하고 연기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연기를 삼 년이나 했더니 사람들이 진짜로 황제라고 믿기 시작했다. [#서양풍, #궁정물, #정치물, #대역수, #배우수, #연기천재수, #겉강수, #속쫄보수, #어쩌다황제수, #미남수, #금발수, #능력수, #평민수, #기사단장공, #충성공, #계략공, #집착공, #미남공, #연상공, #녹안공, #수한정충성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