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

여운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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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한태경 (배우) 모든 것에 무던한 성격. 지나치게 솔직하고 돌려 말하는 법이 없어 싸가지가 없다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정작 여운 앞에서는 솔직하지 못하다. 데뷔는 여운과 같은 해에 했지만, 작품 운이 없어 그저 그런 무명 생활을 지속했다. 그러다 3년 전, 여운과 함께 한 드라마가 크게 성공하며 톱배우 반열에 올랐다. 연예계 생활을 오래 했지만, 연예인 친구가 없다. 같은 작품을 해도 어느 정도 선을 지키며 사적인 관계를 맺지 않는다. 감정을 섞는 것은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에게 이여운은 사적인 감정을 품게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여전히 그를 향한 순정을 품고 있다. 수 이여운 (배우) 누구에게나 살갑고 붙임성이 좋은 성격. 데뷔작이 크게 성공하며 단숨에 톱스타 배열에 올랐다.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고, 누구보다 비즈니스에 진심이다. 3년 전, 드라마 촬영장에서 처음 만난 한태경은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이었고 그래서 더 궁금했다. 그러다 그의 성적 취향을 알게 되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그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고도 괜찮았다. 나만 아니면 되니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태경을 향한 자신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 “넌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 없어?” “없는데요.” “그래도 데뷔 5년 차면 그동안 작품 꽤 했잖아.” “네.” “근데도 같이 작업했던 배우 중에 친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 “있어야 해요?” “아니……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보통은 한두 명쯤 연락처 주고받고 지내니까.” 오히려 덤덤하게 반문하는 태경의 눈빛에 당황한 건 여운 쪽이었다. 태경은 정말이지 관계의 유무 따위엔 관심조차 없다는 표정으로 차갑게 앉아 있었다. 여운은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건성으로 내뱉는 겸손이나 체면치레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그 말이 조금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었음을 깨닫게 된 건, 우연히 보게 된 그의 휴대폰 화면 덕분이었다. 촬영이 끝난 후, 여운의 주도로 마련된 조촐한 술자리에서였다. “나 네 폰 좀 봐도 돼?” 여운의 가벼운 물음에 태경은 거절조차 귀찮다는 듯 무심하게 휴대폰을 넘겨주었다. 순전히 호기심으로 연락처 앱을 터치한 여운은, 순간 화면에 떠오른 짧은 스크롤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저장된 번호가 채 쉰 개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번호들 안에서도 여운이 알 만한 유명인의 이름은 단 하나도 없었다. “너 진짜로 연예인 번호가 하나도 없네?” “없다고 했잖아요.” “아니, 말로만 들을 땐 몰랐는데 진짜 이럴 줄은 몰랐지.” “그게 꼭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아니, 그건 아닌데…… 그래도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으니까.” 태경은 대답 없이 찰랑이는 술잔을 비워냈다. 여운은 다짜고짜 그의 연락처에 제 이름과 번호를 꾹꾹 눌러 남겼다. 태경의 휴대폰에 최초로 입력된 '동료 연예인'의 이름이었다. 이상하게 가슴 한구석이 몽글거렸다. 고작 수십 개의 번호가 빼곡한 목록 한 줄에 제 이름을 얹었을 뿐인데, 마치 무(無)의 공간에 최초로 1이라는 숫자를 찍어 내린 것만 같은 거창한 착각이 들었다. 여운은 태경의 폰에 찍힌 제 번호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 놓인 여운의 휴대폰이 웅웅거리는 진동음과 함께 빛을 발했다. 액정 위로 낯선 열한 자리 숫자가 찍혔다. “내가 네 번호 땄다. 네 폰에 저장된 유일한 연예인이 나야. 영광으로 생각할게.” 여운이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어 보이며 휴대폰을 내밀었다. 태경은 말없이 기기를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화면 상단에 떠 있는 '이여운'이라는 세 글자를 가만히, 아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고작 이름 석 자와 번호 하나일 뿐인데. 태경의 시선은 마치 그 안에서 무언가 거대한 답이라도 찾아내려는 사람처럼 오랫동안 붙박여 있었다. 까만 눈동자 위로 술자리의 붉은 조명이 기묘하게 일렁였다. 어쩌면 아주 먼 훗날 돌아보았을 때, 그때부터였을지도 몰랐다. 자신을 바라보는 한태경의 무거운 눈빛 뒤에 숨겨진, 그 유별나고 오랜 진심의 궤적을 짐작하게 된 것이.

공 한태경 (배우) 모든 것에 무던한 성격. 지나치게 솔직하고 돌려 말하는 법이 없어 싸가지가 없다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정작 여운 앞에서는 솔직하지 못하다. 데뷔는 여운과 같은 해에 했지만, 작품 운이 없어 그저 그런 무명 생활을 지속했다. 그러다 3년 전, 여운과 함께 한 드라마가 크게 성공하며 톱배우 반열에 올랐다. 연예계 생활을 오래 했지만, 연예인 친구가 없다. 같은 작품을 해도 어느 정도 선을 지키며 사적인 관계를 맺지 않는다. 감정을 섞는 것은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에게 이여운은 사적인 감정을 품게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여전히 그를 향한 순정을 품고 있다. 수 이여운 (배우) 누구에게나 살갑고 붙임성이 좋은 성격. 데뷔작이 크게 성공하며 단숨에 톱스타 배열에 올랐다.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고, 누구보다 비즈니스에 진심이다. 3년 전, 드라마 촬영장에서 처음 만난 한태경은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이었고 그래서 더 궁금했다. 그러다 그의 성적 취향을 알게 되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그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고도 괜찮았다. 나만 아니면 되니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태경을 향한 자신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 “넌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 없어?” “없는데요.” “그래도 데뷔 5년 차면 그동안 작품 꽤 했잖아.” “네.” “근데도 같이 작업했던 배우 중에 친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 “있어야 해요?” “아니……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보통은 한두 명쯤 연락처 주고받고 지내니까.” 오히려 덤덤하게 반문하는 태경의 눈빛에 당황한 건 여운 쪽이었다. 태경은 정말이지 관계의 유무 따위엔 관심조차 없다는 표정으로 차갑게 앉아 있었다. 여운은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건성으로 내뱉는 겸손이나 체면치레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그 말이 조금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었음을 깨닫게 된 건, 우연히 보게 된 그의 휴대폰 화면 덕분이었다. 촬영이 끝난 후, 여운의 주도로 마련된 조촐한 술자리에서였다. “나 네 폰 좀 봐도 돼?” 여운의 가벼운 물음에 태경은 거절조차 귀찮다는 듯 무심하게 휴대폰을 넘겨주었다. 순전히 호기심으로 연락처 앱을 터치한 여운은, 순간 화면에 떠오른 짧은 스크롤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저장된 번호가 채 쉰 개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번호들 안에서도 여운이 알 만한 유명인의 이름은 단 하나도 없었다. “너 진짜로 연예인 번호가 하나도 없네?” “없다고 했잖아요.” “아니, 말로만 들을 땐 몰랐는데 진짜 이럴 줄은 몰랐지.” “그게 꼭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아니, 그건 아닌데…… 그래도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으니까.” 태경은 대답 없이 찰랑이는 술잔을 비워냈다. 여운은 다짜고짜 그의 연락처에 제 이름과 번호를 꾹꾹 눌러 남겼다. 태경의 휴대폰에 최초로 입력된 '동료 연예인'의 이름이었다. 이상하게 가슴 한구석이 몽글거렸다. 고작 수십 개의 번호가 빼곡한 목록 한 줄에 제 이름을 얹었을 뿐인데, 마치 무(無)의 공간에 최초로 1이라는 숫자를 찍어 내린 것만 같은 거창한 착각이 들었다. 여운은 태경의 폰에 찍힌 제 번호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 놓인 여운의 휴대폰이 웅웅거리는 진동음과 함께 빛을 발했다. 액정 위로 낯선 열한 자리 숫자가 찍혔다. “내가 네 번호 땄다. 네 폰에 저장된 유일한 연예인이 나야. 영광으로 생각할게.” 여운이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어 보이며 휴대폰을 내밀었다. 태경은 말없이 기기를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화면 상단에 떠 있는 '이여운'이라는 세 글자를 가만히, 아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고작 이름 석 자와 번호 하나일 뿐인데. 태경의 시선은 마치 그 안에서 무언가 거대한 답이라도 찾아내려는 사람처럼 오랫동안 붙박여 있었다. 까만 눈동자 위로 술자리의 붉은 조명이 기묘하게 일렁였다. 어쩌면 아주 먼 훗날 돌아보았을 때, 그때부터였을지도 몰랐다. 자신을 바라보는 한태경의 무거운 눈빛 뒤에 숨겨진, 그 유별나고 오랜 진심의 궤적을 짐작하게 된 것이.

현대물연예계연하공다정공호구공짝사랑공미인수여왕수헤테로수후회수
2026. 11. 10. 14:59까지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회차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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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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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운의 온도 | 디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