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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서 진짜는 이 방울뿐이다.” 오디션 백 번에 붙은 건 지역 축제 단역 하나. 점집 세 군데를 돌고 상담료만 날린 무명 배우 유단오는 생각했다. 빌어먹을, 이럴 거면 내가 하지. 그렇게 시작한 신점 라이브가 구독자 십만 명을 찍었다. 신당도 가짜, 신령님도 가짜, 예언은 전부 즉흥 연기. 백운 선생은 오늘도 성실하게 아무 말이나 한다. 그러던 어느 밤, 익명의 후원자가 오백만 원을 던지며 상담을 청했다. 큰돈 앞에서 체면까지 챙기고 싶어진 단오는 아무 정보도 받지 않고 세 마디를 지어냈다. “물가를 조심하십시오. 흰 짐승이 화를 부릅니다. 집안 어른이 곧 부르실 겁니다.” 셋 다 맞았다. 그것도 하필, 무속이라면 질색하던 재벌가 부회장에게. “선생님을 저희 그룹 자문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거절하려던 단오는 제시된 금액을 보고 계약서부터 찾았다. 그날부터 편의점 삼각김밥을 먹으며 지어낸 헛소리가 그룹의 회의 안건이 되어 돌아오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곤란한데, 이 남자는 자꾸 상담 범위를 넓힌다. “제 연애운도 봐 주시겠습니까.” “……어떤 분을 마음에 두고 계신데요?” “그것부터 맞혀 보십시오.” 들키면 끝장인데, 이제는 이 남자가 누구를 좋아하는지까지 신경 쓰인다. 남의 앞날은 얼마든지 지어냈으면서 정작 제 마음 하나는 수습이 안 된다. 그리고 단오는 아직 모른다. 서재열은 이미 전부 알고도, 기꺼이 속아 주고 있다는 것을. *** 유단오 (수, 29세) 연극영화과 출신의 무명 배우이자 구독자 십만 명의 가짜 무당. 6년간 오디션 100번에 붙은 건 지역 축제 단역 하나지만, 신점 라이브에서는 눈만 감아도 천 명이 숨을 죽인다. 점집에 상담료를 갖다 바치다 “이럴 거면 내가 하지” 싶어 시작한 일이 인생 최대 흥행작이 됐다. 신당도 가짜고 예언도 연기다. 진짜는 당근에서 12000원에 산 방울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서재열 앞에서 긴장하는 것도 좀 진짜 같다. 들킬까 봐 그러는 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아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서재열 (공, 34세) 미디어·유통 그룹 부회장. 모든 판단을 숫자로 해 온 덕에 사내 별명이 미친(계)산기다. 무속이라면 질색하던 그가 우연히 본 방송의 예언 세 마디가 전부 맞아떨어지자, 백운 선생을 그룹 자문으로 들인다. 시작은 신통력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단오가 무슨 말을 지어낼지, 자신과 눈이 마주치면 얼마나 버틸지가 더 궁금하다. 선생님을 곁에 둘 명분이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신령님 핑계는 단오만 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hj3612y@naver.com

“이 방에서 진짜는 이 방울뿐이다.” 오디션 백 번에 붙은 건 지역 축제 단역 하나. 점집 세 군데를 돌고 상담료만 날린 무명 배우 유단오는 생각했다. 빌어먹을, 이럴 거면 내가 하지. 그렇게 시작한 신점 라이브가 구독자 십만 명을 찍었다. 신당도 가짜, 신령님도 가짜, 예언은 전부 즉흥 연기. 백운 선생은 오늘도 성실하게 아무 말이나 한다. 그러던 어느 밤, 익명의 후원자가 오백만 원을 던지며 상담을 청했다. 큰돈 앞에서 체면까지 챙기고 싶어진 단오는 아무 정보도 받지 않고 세 마디를 지어냈다. “물가를 조심하십시오. 흰 짐승이 화를 부릅니다. 집안 어른이 곧 부르실 겁니다.” 셋 다 맞았다. 그것도 하필, 무속이라면 질색하던 재벌가 부회장에게. “선생님을 저희 그룹 자문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거절하려던 단오는 제시된 금액을 보고 계약서부터 찾았다. 그날부터 편의점 삼각김밥을 먹으며 지어낸 헛소리가 그룹의 회의 안건이 되어 돌아오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곤란한데, 이 남자는 자꾸 상담 범위를 넓힌다. “제 연애운도 봐 주시겠습니까.” “……어떤 분을 마음에 두고 계신데요?” “그것부터 맞혀 보십시오.” 들키면 끝장인데, 이제는 이 남자가 누구를 좋아하는지까지 신경 쓰인다. 남의 앞날은 얼마든지 지어냈으면서 정작 제 마음 하나는 수습이 안 된다. 그리고 단오는 아직 모른다. 서재열은 이미 전부 알고도, 기꺼이 속아 주고 있다는 것을. *** 유단오 (수, 29세) 연극영화과 출신의 무명 배우이자 구독자 십만 명의 가짜 무당. 6년간 오디션 100번에 붙은 건 지역 축제 단역 하나지만, 신점 라이브에서는 눈만 감아도 천 명이 숨을 죽인다. 점집에 상담료를 갖다 바치다 “이럴 거면 내가 하지” 싶어 시작한 일이 인생 최대 흥행작이 됐다. 신당도 가짜고 예언도 연기다. 진짜는 당근에서 12000원에 산 방울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서재열 앞에서 긴장하는 것도 좀 진짜 같다. 들킬까 봐 그러는 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아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서재열 (공, 34세) 미디어·유통 그룹 부회장. 모든 판단을 숫자로 해 온 덕에 사내 별명이 미친(계)산기다. 무속이라면 질색하던 그가 우연히 본 방송의 예언 세 마디가 전부 맞아떨어지자, 백운 선생을 그룹 자문으로 들인다. 시작은 신통력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단오가 무슨 말을 지어낼지, 자신과 눈이 마주치면 얼마나 버틸지가 더 궁금하다. 선생님을 곁에 둘 명분이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신령님 핑계는 단오만 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hj3612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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