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길 연애(2/6일 외전 출간)
2년간 마음에 두었던 짝사랑에 마음을 베였다. 그는 팀원들 앞에서 다른 팀 직원과의 연애를 자랑했고, 나는 그날 퇴사했다. 그리고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나는 서서히 밀려오는 또 다른 감정의 물결에 잠식됐다. #현대물 #리맨물 #사내연애 #질투 #쇼핑몰 대표공 #집착공 #브랜딩 디자이너수 #그러다가 모델수 #수시점 #존댓말공 #순정수 #상처수 공: 차주헌(33) x 수: 도하준(29) ------------- “대표님.” “네.” 오랜 침묵 속에 입을 열자 그의 반듯하고 가지런한 눈썹이 부드럽게 들렸다. 나는 어젯밤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고민거리를 무작정 입 밖으로 꺼내고 말았다. “대표님은 불편한 사람에게 연락 오면 어떻게 대처하나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후회가 밀려들었다. 꺼낼 말이 없다 해도 하필 이걸 꺼냈나. 차라리 일 이야길 꺼낼걸. 하지만 내 후회와 달리 술을 마시던 차주헌이 모든 행동을 멈추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했다. 이번에는 내가 미끼를 던진 낚시꾼이 되어버렸다. 그는 내 질문의 음절 하나하나를 뜯어내며 뜻을 파악하다 말고 입을 열었다. “불편한 사람이라, 혹시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인가요?” “아니요.” “상대가 하준 씨에게 도움을 바라는 관계인가요?” “아니요.” “그럼, 원치 않아도 계속 마주쳐야 하는 사람인가요?”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그러면 뭐가 문제죠?” 분명 당신은 어떻냐고 조언을 얻기 위해 물어보았는데 어느새 차주헌이 내 이름을 집어넣어 조목조목 묻고 있었다. 또 말렸다. 그에게 던진 질문이 내게로 돌아온 것을 깨달았을 때 이미 상황은 끝나 버렸다. 그는 고민할 게 뭐가 있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말해놓고도 본전도 못 찾은 한심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네요. 되게 간단한 문제였네요.” “…하준 씨.” “제가 문제였군요.” 뭐가 어찌 되었건 그가 내린 결론이 날 씁쓸하게 만들었다. 관심을 끄라고. 제 삼자가 보면 너무도 쉽고 명확한 답이었다. 나는 눈앞에 채운 잔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달게만 느껴졌던 술이 어느새 텁텁하게 느껴졌다. 자조하는 고백성사에 차주헌이 잘 구워진 양을 내 앞접시에 덜어주었다. 술만 마시지 말라는 무언의 배려였다. “마음에서 멀어질 준비가 안된 거겠죠. 상대에게 아직 마음의 미련이 남았거나 아니면 그 상대가 너무도 익숙해서 익숙함을 놓는 것이 불안하거나.” 차주헌은 눈치가 빨랐다. 자조하는 나를 보며 상대가 헤어진 연인쯤으로 이미 감을 잡은 듯했다. 그는 그제야 내가 했던 질문의 답을 주었다. “나라면 단호하게 거절하겠지만, 하준 씨의 상황이 정확히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니까.” “…….” “마음이 가는 대로 해요.” 빈 술잔을 긴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돌리며 쳐다보는 그의 눈빛이 공허했다. 그러다가 피식 웃으며 반쯤 내린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나를 보며 느릿하게 꺼내는 말이 가슴 어딘가를 쿡쿡 찔러왔다. “단, 술 마신 상태에서 결정짓지는 말고. 맨정신일 때.” ----------- 표지: 언플래시(폰트: 손글씨 + adobe 명조체) ※ 글 내용에서 나오는 장소, 지명 등은 실제랑 관련이 없습니다. ※ 오탈자는 확인 후 삭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목이 바뀔 수 있습니다.
2년간 마음에 두었던 짝사랑에 마음을 베였다. 그는 팀원들 앞에서 다른 팀 직원과의 연애를 자랑했고, 나는 그날 퇴사했다. 그리고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나는 서서히 밀려오는 또 다른 감정의 물결에 잠식됐다. #현대물 #리맨물 #사내연애 #질투 #쇼핑몰 대표공 #집착공 #브랜딩 디자이너수 #그러다가 모델수 #수시점 #존댓말공 #순정수 #상처수 공: 차주헌(33) x 수: 도하준(29) ------------- “대표님.” “네.” 오랜 침묵 속에 입을 열자 그의 반듯하고 가지런한 눈썹이 부드럽게 들렸다. 나는 어젯밤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고민거리를 무작정 입 밖으로 꺼내고 말았다. “대표님은 불편한 사람에게 연락 오면 어떻게 대처하나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후회가 밀려들었다. 꺼낼 말이 없다 해도 하필 이걸 꺼냈나. 차라리 일 이야길 꺼낼걸. 하지만 내 후회와 달리 술을 마시던 차주헌이 모든 행동을 멈추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했다. 이번에는 내가 미끼를 던진 낚시꾼이 되어버렸다. 그는 내 질문의 음절 하나하나를 뜯어내며 뜻을 파악하다 말고 입을 열었다. “불편한 사람이라, 혹시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인가요?” “아니요.” “상대가 하준 씨에게 도움을 바라는 관계인가요?” “아니요.” “그럼, 원치 않아도 계속 마주쳐야 하는 사람인가요?”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그러면 뭐가 문제죠?” 분명 당신은 어떻냐고 조언을 얻기 위해 물어보았는데 어느새 차주헌이 내 이름을 집어넣어 조목조목 묻고 있었다. 또 말렸다. 그에게 던진 질문이 내게로 돌아온 것을 깨달았을 때 이미 상황은 끝나 버렸다. 그는 고민할 게 뭐가 있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말해놓고도 본전도 못 찾은 한심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네요. 되게 간단한 문제였네요.” “…하준 씨.” “제가 문제였군요.” 뭐가 어찌 되었건 그가 내린 결론이 날 씁쓸하게 만들었다. 관심을 끄라고. 제 삼자가 보면 너무도 쉽고 명확한 답이었다. 나는 눈앞에 채운 잔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달게만 느껴졌던 술이 어느새 텁텁하게 느껴졌다. 자조하는 고백성사에 차주헌이 잘 구워진 양을 내 앞접시에 덜어주었다. 술만 마시지 말라는 무언의 배려였다. “마음에서 멀어질 준비가 안된 거겠죠. 상대에게 아직 마음의 미련이 남았거나 아니면 그 상대가 너무도 익숙해서 익숙함을 놓는 것이 불안하거나.” 차주헌은 눈치가 빨랐다. 자조하는 나를 보며 상대가 헤어진 연인쯤으로 이미 감을 잡은 듯했다. 그는 그제야 내가 했던 질문의 답을 주었다. “나라면 단호하게 거절하겠지만, 하준 씨의 상황이 정확히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니까.” “…….” “마음이 가는 대로 해요.” 빈 술잔을 긴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돌리며 쳐다보는 그의 눈빛이 공허했다. 그러다가 피식 웃으며 반쯤 내린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나를 보며 느릿하게 꺼내는 말이 가슴 어딘가를 쿡쿡 찔러왔다. “단, 술 마신 상태에서 결정짓지는 말고. 맨정신일 때.” ----------- 표지: 언플래시(폰트: 손글씨 + adobe 명조체) ※ 글 내용에서 나오는 장소, 지명 등은 실제랑 관련이 없습니다. ※ 오탈자는 확인 후 삭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목이 바뀔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