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蜡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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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 – 비트겐슈타인 인구가 천 명도 족히 되지 않는 해원도(解冤島)에서는 오래전부터 그곳에 터를 잡아 명성을 크게 얻은 만신이 있었다. 그 명성이 비단 해원도에 국한된 건 아니었다. 입소문은 바다를 건너 해원도를 찾는 객들의 발이 끊이질 않게 했다. 서울에서 해원도까지. 장장 8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대한민국에서 굴지 가는 부호들이 자주 드나들 정도였다. 만신의 명세는 핏줄을 타고 흐르는 듯했다. 만신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그 자리를 대체할 만신이 되었고, 그렇게 3대가 영험한 힘을 이어오고 있었다. 해원도 주민들은 해원당을 섬의 유일한 자랑거리이자, 정통이라고 여겼다. 모두가 영원을 생각했던 해원당은 불행하게도 1996년도에 그 대(代)가 끊겼다. 마지막 3대를 이은 만신이 귀태(鬼胎) (귀신과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아비가 누군지 섬 주민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귀태를 임신한 만신은 정신이 나가 병상에 드러누웠고, 아이가 태어난 직후 숨을 다하였다. 만신은 죽기 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의 이름을 비명처럼 연거푸 내질렀다. ‘사령’이라고, ‘사, 령’이라고. 납제 사(蜡)에 방울 령(鈴). 혼을 가두는 방울로 살라는 사령. 그 아이와 같은 해 4월에 태어난 태주는 어른이고 애고 할 거 없이 꺼리는 사령과 유일하게 노는 친우였다. 호기심이 왕성한 태주는 사령이 궁금했고, 외로움이 많았던 사령은 태주를 사랑했다. 어쩌면 그게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는지도. 모종의 사건 이후 태주의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섬에서 도망쳤다. 사령은 섬마을 최연소 살인자로 낙인이 찍혔다. 그렇게 13년이 흘러, 태주가 해원도로 귀향했다. 그는 13년 전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사령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의 얼굴조차 희미하다. 그런데도 그는 사람을 죽였다는 사령이 숨긴 진실을 알고 싶었다. 그것이 설령 제 목을 조르는 족쇄가 될지라도. * 어린 시절 겪은 사건 이후, 틀어진 두 사람의 운명을 다룬 서스펜스 로맨스 소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 – 비트겐슈타인 인구가 천 명도 족히 되지 않는 해원도(解冤島)에서는 오래전부터 그곳에 터를 잡아 명성을 크게 얻은 만신이 있었다. 그 명성이 비단 해원도에 국한된 건 아니었다. 입소문은 바다를 건너 해원도를 찾는 객들의 발이 끊이질 않게 했다. 서울에서 해원도까지. 장장 8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대한민국에서 굴지 가는 부호들이 자주 드나들 정도였다. 만신의 명세는 핏줄을 타고 흐르는 듯했다. 만신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그 자리를 대체할 만신이 되었고, 그렇게 3대가 영험한 힘을 이어오고 있었다. 해원도 주민들은 해원당을 섬의 유일한 자랑거리이자, 정통이라고 여겼다. 모두가 영원을 생각했던 해원당은 불행하게도 1996년도에 그 대(代)가 끊겼다. 마지막 3대를 이은 만신이 귀태(鬼胎) (귀신과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아비가 누군지 섬 주민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귀태를 임신한 만신은 정신이 나가 병상에 드러누웠고, 아이가 태어난 직후 숨을 다하였다. 만신은 죽기 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의 이름을 비명처럼 연거푸 내질렀다. ‘사령’이라고, ‘사, 령’이라고. 납제 사(蜡)에 방울 령(鈴). 혼을 가두는 방울로 살라는 사령. 그 아이와 같은 해 4월에 태어난 태주는 어른이고 애고 할 거 없이 꺼리는 사령과 유일하게 노는 친우였다. 호기심이 왕성한 태주는 사령이 궁금했고, 외로움이 많았던 사령은 태주를 사랑했다. 어쩌면 그게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는지도. 모종의 사건 이후 태주의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섬에서 도망쳤다. 사령은 섬마을 최연소 살인자로 낙인이 찍혔다. 그렇게 13년이 흘러, 태주가 해원도로 귀향했다. 그는 13년 전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사령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의 얼굴조차 희미하다. 그런데도 그는 사람을 죽였다는 사령이 숨긴 진실을 알고 싶었다. 그것이 설령 제 목을 조르는 족쇄가 될지라도. * 어린 시절 겪은 사건 이후, 틀어진 두 사람의 운명을 다룬 서스펜스 로맨스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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