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교자를 죽음으로 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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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스 아르티젠은 신실한 구마 사제였다. 그런데 왜. “왜 하필 그대냐고?” 길고 하얀 속눈썹이 아래로 내려앉았다. 그가 청록색 원석을 이리저리 매만질 때마다 빛이 산란했다. 사방으로 튕기던 색채가 남자의 뺨을 물들인다. 이마 위로 흘러내린 은빛 머리칼이 신성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교계의 탕아, 자르비에 공작. “누구나 말이 통하는 자를 곁에 두고 싶어 하는 법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육신에는 현재. “우리는 이해관계가 꽤 잘 맞을 것 같거든.” 배교를 속삭이는 악마 ‘바트루스’가 깃들어 있었다. * * * “……저더러 그런 짓을 하라고요? 제정신인가요?” 테미스는 경악했다. 제정신이라면 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제안이었다. 사제에게 섬기는 분을 배신하라니, 격노하며 거절해 마땅한 말이었으나. “그대가 날 성심껏 도와준다면.” 비스듬한 옆얼굴에 입술이 멎는다. 먼지 같은 미소가 잘게 바스라졌다. 그녀는 저 얼굴이 뭔지 알았다. “그 뒤로는 얌전히 지내도록 하지.” 최후와 이별을 예감한 자들의 얼굴이었다. “……영영 사라진 것처럼.” 심장을 후비고 속살을 쑤시는 잔인한 얼굴에서 덧없는 연약함을 엿보았다. 차라리 눈을 감을 것을. 흔들려선 안 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표지 : Artvee

테미스 아르티젠은 신실한 구마 사제였다. 그런데 왜. “왜 하필 그대냐고?” 길고 하얀 속눈썹이 아래로 내려앉았다. 그가 청록색 원석을 이리저리 매만질 때마다 빛이 산란했다. 사방으로 튕기던 색채가 남자의 뺨을 물들인다. 이마 위로 흘러내린 은빛 머리칼이 신성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교계의 탕아, 자르비에 공작. “누구나 말이 통하는 자를 곁에 두고 싶어 하는 법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육신에는 현재. “우리는 이해관계가 꽤 잘 맞을 것 같거든.” 배교를 속삭이는 악마 ‘바트루스’가 깃들어 있었다. * * * “……저더러 그런 짓을 하라고요? 제정신인가요?” 테미스는 경악했다. 제정신이라면 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제안이었다. 사제에게 섬기는 분을 배신하라니, 격노하며 거절해 마땅한 말이었으나. “그대가 날 성심껏 도와준다면.” 비스듬한 옆얼굴에 입술이 멎는다. 먼지 같은 미소가 잘게 바스라졌다. 그녀는 저 얼굴이 뭔지 알았다. “그 뒤로는 얌전히 지내도록 하지.” 최후와 이별을 예감한 자들의 얼굴이었다. “……영영 사라진 것처럼.” 심장을 후비고 속살을 쑤시는 잔인한 얼굴에서 덧없는 연약함을 엿보았다. 차라리 눈을 감을 것을. 흔들려선 안 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표지 : Artv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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