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복눈 쌓인 궁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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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는 황제를 벗어나야했다. 살기 위해 그와 떨어져야 했다. 사랑하지만 헤어져야 한다는 말이 이런 것인줄, 황후와 황제는 어린 나이에 이미 깨달아버렸다. [폐하, 변방 약소국의 공주였던 신첩입니다. 북방의 여인으로 나고 자라 형형색색의 비단자락보다 말의 안장 위에 앉아 모였다 흩어지는 바람을 느끼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선황 폐하의 부름을 받아 처음 황성에 발을 디뎠을 때, 신첩의 지아비가 되실 폐하를 멀리서 뵈었을 때, 신첩은 멀리 날아가 새가 되겠다는 어릴 적 소망을 묻고 이제 날개를 접어두겠다 결심했습니다. 숨을 틀 새 조차 없는 화려한 새장에 스스로 날아들어 갇힌 것이니 이제와 누군가를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황제는 통탄했다. 황국의 달이던 아리따운 여인은 편지 한 통만 남긴채 아무런 기색도 없이 모습을 감추었다. 지켜줄 수 없는 무력한 황권이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내가 황국의 탕아였다면, 그랬다면 황후만큼은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서찰을 쥔 두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갔고, 종이조각에 그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황제의 볼을 타고서 먹먹한 눈물이 떨어졌다. 곧은 먹글씨가 애석함으로 번졌다. rkd9504@naver.com

황후는 황제를 벗어나야했다. 살기 위해 그와 떨어져야 했다. 사랑하지만 헤어져야 한다는 말이 이런 것인줄, 황후와 황제는 어린 나이에 이미 깨달아버렸다. [폐하, 변방 약소국의 공주였던 신첩입니다. 북방의 여인으로 나고 자라 형형색색의 비단자락보다 말의 안장 위에 앉아 모였다 흩어지는 바람을 느끼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선황 폐하의 부름을 받아 처음 황성에 발을 디뎠을 때, 신첩의 지아비가 되실 폐하를 멀리서 뵈었을 때, 신첩은 멀리 날아가 새가 되겠다는 어릴 적 소망을 묻고 이제 날개를 접어두겠다 결심했습니다. 숨을 틀 새 조차 없는 화려한 새장에 스스로 날아들어 갇힌 것이니 이제와 누군가를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황제는 통탄했다. 황국의 달이던 아리따운 여인은 편지 한 통만 남긴채 아무런 기색도 없이 모습을 감추었다. 지켜줄 수 없는 무력한 황권이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내가 황국의 탕아였다면, 그랬다면 황후만큼은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서찰을 쥔 두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갔고, 종이조각에 그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황제의 볼을 타고서 먹먹한 눈물이 떨어졌다. 곧은 먹글씨가 애석함으로 번졌다. rkd95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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