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풍 #집착남 #능글남 #순정남 #절륜남 #상처녀 #햇살녀 #소유욕 #쌍방구원 #연상연하 이여희(25) : 5년 전, 숙부와 장학영이 일으킨 반정으로 ‘참살당한’ 비운의 공주. 이미 죽은 사람이 되어 버린 여희는 신분을 숨긴 채 가까스로 제 살 길을 찾아 나선다. 모진 운명을 안고 살아가던 어느 날, 그녀는 의문의 사내를 만나게 되고, 불꽃처럼 사랑에 빠진다. 앞으로 닥쳐 올 운명의 소용돌이를 알지 못한 채. 장재열(23) : 살생을 업으로 지고 가는 무인. 한량처럼 농이나 치고, 건성건성 사는 것처럼 보여도 권세 높은 명문가의 외아들이다. 반정이 벌어지던 해, 재열은 아버지 장학영의 계략에 휘말려 여희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죄책감으로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린 채 살아가던 어느 날, 우연히 밤 사냥을 나갔다가 추노꾼들에게 쫓기는 여희를 구하게 되고, 그녀를 위해 세상을 뒤집을 준비를 한다. *** ‘살려주십시오! 뭐든 다 하겠습니다.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그날, 이여희와 맞닥뜨린 그날, 처음에는 구미호에 홀린 것인가 했었다. 그래서 기뻤다. 드디어 미친 게로구나 싶어서. 이여희로 분한 구미호라면 그까짓 간쯤이야, 골백번도 더 내어줄 수 있노라고 짧은 순간 그렇게 생각한 것도 같았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것은 구미호가 아니었다. 네가 왜. 이여희가 두 손을 모아 비는 순간에는 온 세상이 멈춘 듯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네가 왜. 팔도를 쥐 잡듯 뒤졌어도 찾지 못했던 여인이었다. 풍월각의 행수도 백방으로 그녀를 수소문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고 했다. 감히 죽음을 추측하는 말에 하늘이 무너졌다. 그랬는데. 덕풍에서 이여희를 다시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산사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기루 반빗간에서 허드렛일이나 하고 있었을 줄이야. ‘제발, 제발, 살려 주십시오. 원하는 것은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희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채 서럽게 울부짖고 있었다. 기절한 어린 사내를 꼭 끌어안고서. 폭력에 익숙해진 것인지 살려 달라 애걸하는 얼굴이 온통 멍이었다. 찢어발겨도 모자란 죄인이 무슨 힘이 있나. 살려달라는 공주의 명령에 짧은 칼을 고쳐 쥔 손으로 맹렬하게 돌진했다. 네가 먼저 나를 찾아온 것이었으니. 딱딱해진 심장을 부여잡고 평생을 속죄하며 살고자 하는 나를, 네가 먼저 찾아온 것이었으니. ***** “기껏 살려놨더니 별짓을 다하네.” 권태로운 시선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여희를 겨누었다. 그 사내였다. 대관절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타인의 죽음 앞에 저토록 태연할 수 있는 것일까. 여희는 금방이라도 질식해 죽을 것 같은 와중에 그런 생각을 했다. 숨이 막혔다. 까무룩 어둠이 찾아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부터 북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이 죽음이구나 생각한 순간 여희가 사내의 품으로 떨어졌다. 눈앞에 끊어진 줄이 보였다. 단도를 저 멀리 던지는 사내도 보였다. 코끝으로 느껴지는 바람이 시리고도 맑았다. 따뜻한 숨결이 폐부 깊숙이 가닿았다. 까슬한 입맞춤은 정직했다. 죽음이. 또다시 죽음이 멀찍이 뒷걸음쳤다. ***** “그냥 살아. 생각 같은 거 하지 말고.” 옷자락을 움켜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어느 순간 재열이 여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정하는 눈빛이라기엔 무정했고, 관심 없는 눈빛이라기엔 너무도 뜨거웠다.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미련하게 참지 말고.” “그리 하면 뭐가 달라집니까.” “네 탓이 아닌 게 되지.” 어느새 여희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했다. 저기 멀리 절벽 아래 위태롭게 매달린 대나무가 크게 부풀었다 흐려졌다. 쥐어짜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후드득 떨어진 순간이었다. “보란 듯이 살 필요도 없어. 그냥 살아. 살다 보면 언젠가는 최선을 다하고 싶어지는 날이 오겠지.” 여희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위를 긁었다. 숨죽여 흐느끼다 아이처럼 헐떡였다. 그립다고, 서럽다고 가슴을 때리며 소리쳤다. 흘려보내야 할 슬픔이 폭포만큼 커다래서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허물어진 육신이 가련했다. 곱게 빗은 머리가 바람에 분분히 날렸다. 손을 뻗었으나 감히 다가가진 못했다. 재열이 거두어들인 손으로 눈을 가렸다. 부디 처절한 외로움 속에서 아름답게 시들기를. 나만이 눈물짓는 너를 헤집을 수 있도록. 아직은 손바닥으로 가려질 하늘이라 다행이었다. *** 조선시대의 관제, 용어, 법식을 참고했으나 가상의 국가입니다. 야금야금 수정합니다.
#동양풍 #집착남 #능글남 #순정남 #절륜남 #상처녀 #햇살녀 #소유욕 #쌍방구원 #연상연하 이여희(25) : 5년 전, 숙부와 장학영이 일으킨 반정으로 ‘참살당한’ 비운의 공주. 이미 죽은 사람이 되어 버린 여희는 신분을 숨긴 채 가까스로 제 살 길을 찾아 나선다. 모진 운명을 안고 살아가던 어느 날, 그녀는 의문의 사내를 만나게 되고, 불꽃처럼 사랑에 빠진다. 앞으로 닥쳐 올 운명의 소용돌이를 알지 못한 채. 장재열(23) : 살생을 업으로 지고 가는 무인. 한량처럼 농이나 치고, 건성건성 사는 것처럼 보여도 권세 높은 명문가의 외아들이다. 반정이 벌어지던 해, 재열은 아버지 장학영의 계략에 휘말려 여희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죄책감으로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린 채 살아가던 어느 날, 우연히 밤 사냥을 나갔다가 추노꾼들에게 쫓기는 여희를 구하게 되고, 그녀를 위해 세상을 뒤집을 준비를 한다. *** ‘살려주십시오! 뭐든 다 하겠습니다.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그날, 이여희와 맞닥뜨린 그날, 처음에는 구미호에 홀린 것인가 했었다. 그래서 기뻤다. 드디어 미친 게로구나 싶어서. 이여희로 분한 구미호라면 그까짓 간쯤이야, 골백번도 더 내어줄 수 있노라고 짧은 순간 그렇게 생각한 것도 같았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것은 구미호가 아니었다. 네가 왜. 이여희가 두 손을 모아 비는 순간에는 온 세상이 멈춘 듯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네가 왜. 팔도를 쥐 잡듯 뒤졌어도 찾지 못했던 여인이었다. 풍월각의 행수도 백방으로 그녀를 수소문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고 했다. 감히 죽음을 추측하는 말에 하늘이 무너졌다. 그랬는데. 덕풍에서 이여희를 다시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산사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기루 반빗간에서 허드렛일이나 하고 있었을 줄이야. ‘제발, 제발, 살려 주십시오. 원하는 것은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희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채 서럽게 울부짖고 있었다. 기절한 어린 사내를 꼭 끌어안고서. 폭력에 익숙해진 것인지 살려 달라 애걸하는 얼굴이 온통 멍이었다. 찢어발겨도 모자란 죄인이 무슨 힘이 있나. 살려달라는 공주의 명령에 짧은 칼을 고쳐 쥔 손으로 맹렬하게 돌진했다. 네가 먼저 나를 찾아온 것이었으니. 딱딱해진 심장을 부여잡고 평생을 속죄하며 살고자 하는 나를, 네가 먼저 찾아온 것이었으니. ***** “기껏 살려놨더니 별짓을 다하네.” 권태로운 시선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여희를 겨누었다. 그 사내였다. 대관절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타인의 죽음 앞에 저토록 태연할 수 있는 것일까. 여희는 금방이라도 질식해 죽을 것 같은 와중에 그런 생각을 했다. 숨이 막혔다. 까무룩 어둠이 찾아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부터 북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이 죽음이구나 생각한 순간 여희가 사내의 품으로 떨어졌다. 눈앞에 끊어진 줄이 보였다. 단도를 저 멀리 던지는 사내도 보였다. 코끝으로 느껴지는 바람이 시리고도 맑았다. 따뜻한 숨결이 폐부 깊숙이 가닿았다. 까슬한 입맞춤은 정직했다. 죽음이. 또다시 죽음이 멀찍이 뒷걸음쳤다. ***** “그냥 살아. 생각 같은 거 하지 말고.” 옷자락을 움켜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어느 순간 재열이 여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정하는 눈빛이라기엔 무정했고, 관심 없는 눈빛이라기엔 너무도 뜨거웠다.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미련하게 참지 말고.” “그리 하면 뭐가 달라집니까.” “네 탓이 아닌 게 되지.” 어느새 여희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했다. 저기 멀리 절벽 아래 위태롭게 매달린 대나무가 크게 부풀었다 흐려졌다. 쥐어짜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후드득 떨어진 순간이었다. “보란 듯이 살 필요도 없어. 그냥 살아. 살다 보면 언젠가는 최선을 다하고 싶어지는 날이 오겠지.” 여희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위를 긁었다. 숨죽여 흐느끼다 아이처럼 헐떡였다. 그립다고, 서럽다고 가슴을 때리며 소리쳤다. 흘려보내야 할 슬픔이 폭포만큼 커다래서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허물어진 육신이 가련했다. 곱게 빗은 머리가 바람에 분분히 날렸다. 손을 뻗었으나 감히 다가가진 못했다. 재열이 거두어들인 손으로 눈을 가렸다. 부디 처절한 외로움 속에서 아름답게 시들기를. 나만이 눈물짓는 너를 헤집을 수 있도록. 아직은 손바닥으로 가려질 하늘이라 다행이었다. *** 조선시대의 관제, 용어, 법식을 참고했으나 가상의 국가입니다. 야금야금 수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