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에게 일용할 연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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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상의 딸로 태어나 황후가 되었다. 원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 아닌 삶을 상상해 본 적 없을 만큼, 틀에 박힌 인생을 살아왔기에- 책임을 피할 수도 없겠지. 기어이 아버지가 선을 넘어 실각한 날— 나는 자연히 냉궁에 갇혔다. 완벽한 결말이었다. 탐욕스러운 재상의 목이 날아가고, 그의 권력의 정수였던 딸은 무너지는. 모두 죽었다. 시녀도, 친족도, 연민조차도. 그러나 그, 그러니까 황제는— 기이하게도 끝끝내 나의 목숨만은 붙여두었다. “그렇게 살아. 짐의 동정이나 받으면서. 그렇게라도 살아남았다고— 착각하면서.” 그 밤, 그는 나를 가졌다. 사랑이 아닌 증오로, 연민이 아닌 지배로. 남겨진 감정의 찌꺼기 위에서, 그와 나는 지독히 가라앉았다. 더럽고 역겹게.

재상의 딸로 태어나 황후가 되었다. 원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 아닌 삶을 상상해 본 적 없을 만큼, 틀에 박힌 인생을 살아왔기에- 책임을 피할 수도 없겠지. 기어이 아버지가 선을 넘어 실각한 날— 나는 자연히 냉궁에 갇혔다. 완벽한 결말이었다. 탐욕스러운 재상의 목이 날아가고, 그의 권력의 정수였던 딸은 무너지는. 모두 죽었다. 시녀도, 친족도, 연민조차도. 그러나 그, 그러니까 황제는— 기이하게도 끝끝내 나의 목숨만은 붙여두었다. “그렇게 살아. 짐의 동정이나 받으면서. 그렇게라도 살아남았다고— 착각하면서.” 그 밤, 그는 나를 가졌다. 사랑이 아닌 증오로, 연민이 아닌 지배로. 남겨진 감정의 찌꺼기 위에서, 그와 나는 지독히 가라앉았다. 더럽고 역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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