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물고기 좋아하나 봐요.” 화제는 금방 골랐다. 나는 어제도 알고리즘이 알아서 보여 준 테트라를 보다가 잠들었고, 그는 스마트 키에 베타를 달고 다니니 말이다. 오히려 그가 고개를 갸웃해서 의외였다. “저번에 주차장에서 마주쳤잖아요. 그때 내가 크라운 베타를 주워줬고요.” “아. 늘 좋아해요. 못 알아본 줄 알았는데….” 그는 해사하게 웃다가 뒷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다 곧 자기 허벅지를 더듬었다. 코트 주머니에 넣어뒀고, 코트를 저 멀리 걸어뒀다며 아쉬워했다. “안 보고도 다 기억해요. 지금 앞머리랑 비슷하거든요.” 아침에 발랐을 왁스가 풀려 이마로 내려온 머리카락이 딱 그렇게 생겼다. 빛나지는 않지만, 군청색 스웨터가 푸른 비늘을 대신했다. 이 외에 수컷 베타는 시쳇말로 성깔이 더러운 점도 달랐다. 그런데도 경희 대리를 보고 있자니, 하늘하늘한 지느러미를 늘어트리고 유영하는 베타가 떠올랐다. 멀리서는 고요하고 단아하게 보여서인가. 지금 큰 눈을 휘둥그레 뜬 것도 조금 닮았다. “대리님 성격이 안 좋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고요.” 그는 다른 생물, 심지어 주인의 손가락과 맞닥뜨려도 플레어링하는 베타의 습성을 잘 알 터였다. 혹 오해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베타가 단아한 구석이 있잖아요.” “유부남이 진짜, 아무 때나 이러지.” // 김서림(32) #돌싱공 #쾌남공 #안경공 #존댓말공 기획팀 대리. 회사에 청첩장까지 돌린 결혼 생활이 2년 만에 파국을 맞았다. 구설수가 싫어 회사에서 반지를 끼고 다닌다. 이직하기엔 연봉이 높고, 자사 디저트가 맛있고, 무엇보다 경희 대리가 있고. 경희(32) #단정수 #순정수 #짝사랑수 #존댓말수 디자인팀 대리. 멀끔하고 깨끗한 사람. 직장 동료들의 눈에는 그렇다. 어쩌다 발동이 걸리면 튀어나오는 돌발행동을 본 사람은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이제 김서림 대리. 매주 월/수/금요일 주 3회 연재 이메일 kkochpang@gmail.com 트위터 @kkochppang7589 블루스카이 @kkochpang.bsky.social 계약작입니다.
“지금도 물고기 좋아하나 봐요.” 화제는 금방 골랐다. 나는 어제도 알고리즘이 알아서 보여 준 테트라를 보다가 잠들었고, 그는 스마트 키에 베타를 달고 다니니 말이다. 오히려 그가 고개를 갸웃해서 의외였다. “저번에 주차장에서 마주쳤잖아요. 그때 내가 크라운 베타를 주워줬고요.” “아. 늘 좋아해요. 못 알아본 줄 알았는데….” 그는 해사하게 웃다가 뒷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다 곧 자기 허벅지를 더듬었다. 코트 주머니에 넣어뒀고, 코트를 저 멀리 걸어뒀다며 아쉬워했다. “안 보고도 다 기억해요. 지금 앞머리랑 비슷하거든요.” 아침에 발랐을 왁스가 풀려 이마로 내려온 머리카락이 딱 그렇게 생겼다. 빛나지는 않지만, 군청색 스웨터가 푸른 비늘을 대신했다. 이 외에 수컷 베타는 시쳇말로 성깔이 더러운 점도 달랐다. 그런데도 경희 대리를 보고 있자니, 하늘하늘한 지느러미를 늘어트리고 유영하는 베타가 떠올랐다. 멀리서는 고요하고 단아하게 보여서인가. 지금 큰 눈을 휘둥그레 뜬 것도 조금 닮았다. “대리님 성격이 안 좋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고요.” 그는 다른 생물, 심지어 주인의 손가락과 맞닥뜨려도 플레어링하는 베타의 습성을 잘 알 터였다. 혹 오해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베타가 단아한 구석이 있잖아요.” “유부남이 진짜, 아무 때나 이러지.” // 김서림(32) #돌싱공 #쾌남공 #안경공 #존댓말공 기획팀 대리. 회사에 청첩장까지 돌린 결혼 생활이 2년 만에 파국을 맞았다. 구설수가 싫어 회사에서 반지를 끼고 다닌다. 이직하기엔 연봉이 높고, 자사 디저트가 맛있고, 무엇보다 경희 대리가 있고. 경희(32) #단정수 #순정수 #짝사랑수 #존댓말수 디자인팀 대리. 멀끔하고 깨끗한 사람. 직장 동료들의 눈에는 그렇다. 어쩌다 발동이 걸리면 튀어나오는 돌발행동을 본 사람은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이제 김서림 대리. 매주 월/수/금요일 주 3회 연재 이메일 kkochpang@gmail.com 트위터 @kkochppang7589 블루스카이 @kkochpang.bsky.social 계약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