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막바지, 결혼 동맹의 희생양이 되어 버린 엘로디 로스칼. 도망치기 위해 전방의 종군 간호사로 지원했다. 포탄이 날아오는 곳에서 매일 같이 피를 뒤집어쓰고, 시체를 닦으면서도 오로지 돈 생각뿐이었다. 대륙으로 가는 뱃삯은 생각보다 값비쌌다. 죽음 앞에 존엄을 지워버린 삶. 그런 그녀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제국의 자랑스러운 해군 장교, 레나트 폰 슐로우츠. 맹수 같은 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다가온 남자는 정중한 태도로 엘로디를 능욕했다. "우리가 새벽에 멈추지 않았더라면 이보다는 조금 더 아름다웠을 텐데요." 무구해서 더 사악해 보이는 미소였다. 그랬던 그인데. 엘로디를 더럽히고 짓밟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던 그가 사랑을 깨닫고 처절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기어이 내가 죽는 꼴을 보고 싶다면 도망쳐도 좋아. 대신 각오해. 잡히면 그땐 지금보다 더 지옥일 테니까." 잔혹함을 가장한 두 눈에는 어린아이를 닮은 공포가 웅크리고 있었다. +++++ 엘로디 로스칼(23) 왕립병원의 간호사인 엘로디는 킨비다드 왕국의 숨겨진 공주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킨비다드를 구하기 위해서 그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 하나. 노이엔 제국 황제와의 결혼이었다. 엘로디는 그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름도, 신분도 모르는 제국인과 하룻밤을 보내게 된 것은 그래서였다. 그저 단 한 번의 일탈이라 믿었지만 그 선택은 엘로디를 개인의 삶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왕국과 제국의 비밀이 얽힌 소용돌이로 끌어들인다. 15년 전 이사벨 대전의 진실과 이어지는 시작점이 된 그 밤, 엘로디는 그 진실의 목격자로서 역사의 한 가운데 서게 된다. 레나트 폰 슐로우츠(25) 레나트는 노이엔 제국의 해군이자 우방국 킨비다드를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이다. 황제가 가장 사랑하는 막내아들이기도 한 그는, 전쟁이 끝나는 날 승리를 자축하는 자리에서 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스쳐 지나갈 인연이라 여겼던 밤은 예상과 달리 그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게 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에게 빠져들수록 15년 전 묻혀 있던 기억들이 서서히 되살아난다. 그 기억 끝에는 15년 전 이사벨 대전의 잔혹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전쟁의 막바지, 결혼 동맹의 희생양이 되어 버린 엘로디 로스칼. 도망치기 위해 전방의 종군 간호사로 지원했다. 포탄이 날아오는 곳에서 매일 같이 피를 뒤집어쓰고, 시체를 닦으면서도 오로지 돈 생각뿐이었다. 대륙으로 가는 뱃삯은 생각보다 값비쌌다. 죽음 앞에 존엄을 지워버린 삶. 그런 그녀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제국의 자랑스러운 해군 장교, 레나트 폰 슐로우츠. 맹수 같은 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다가온 남자는 정중한 태도로 엘로디를 능욕했다. "우리가 새벽에 멈추지 않았더라면 이보다는 조금 더 아름다웠을 텐데요." 무구해서 더 사악해 보이는 미소였다. 그랬던 그인데. 엘로디를 더럽히고 짓밟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던 그가 사랑을 깨닫고 처절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기어이 내가 죽는 꼴을 보고 싶다면 도망쳐도 좋아. 대신 각오해. 잡히면 그땐 지금보다 더 지옥일 테니까." 잔혹함을 가장한 두 눈에는 어린아이를 닮은 공포가 웅크리고 있었다. +++++ 엘로디 로스칼(23) 왕립병원의 간호사인 엘로디는 킨비다드 왕국의 숨겨진 공주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킨비다드를 구하기 위해서 그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 하나. 노이엔 제국 황제와의 결혼이었다. 엘로디는 그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름도, 신분도 모르는 제국인과 하룻밤을 보내게 된 것은 그래서였다. 그저 단 한 번의 일탈이라 믿었지만 그 선택은 엘로디를 개인의 삶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왕국과 제국의 비밀이 얽힌 소용돌이로 끌어들인다. 15년 전 이사벨 대전의 진실과 이어지는 시작점이 된 그 밤, 엘로디는 그 진실의 목격자로서 역사의 한 가운데 서게 된다. 레나트 폰 슐로우츠(25) 레나트는 노이엔 제국의 해군이자 우방국 킨비다드를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이다. 황제가 가장 사랑하는 막내아들이기도 한 그는, 전쟁이 끝나는 날 승리를 자축하는 자리에서 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스쳐 지나갈 인연이라 여겼던 밤은 예상과 달리 그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게 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에게 빠져들수록 15년 전 묻혀 있던 기억들이 서서히 되살아난다. 그 기억 끝에는 15년 전 이사벨 대전의 잔혹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