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끝날 때까지 너만은 살지도 죽지도 못하여 망령처럼 존재하리라.> 천 년을 살아가는 월인 은설은 주박과도 같은 그 한 마디를 새긴 채 수백년 동안 인세를 헤매 다녔다. 세상의 끄트머리에 살던 늑대들이 그에게 쉬어갈 자리를 내어줄 때까지. 월인은 제게 주어진 자릿값이라며 뭐든 내어주려 드는데, 어쩐지 쉽게 받을 수 없는 것만을 내민다. 바랜 은빛머리칼의 월인은 늘 덧없이 스러질 것 같은 모습으로, 그러나 세상에 저를 다치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눈빛에 오연한 웃음기를 담아 속삭이곤 하는 것이다. "제좌를 원하면 앉혀주겠다. 천하를 원한다면 손에 쥐어주마." "원치 않아. 그런 것을 원할까, 내가." "나는 네가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줄 수 없는 걸 욕심내지 말고." 늑대의 왕은 대답없이 월인을 끌어안는다. 이 터무니 없는 인외는 늘 저에게 사람의 마음이 없노라 우기고 또 우긴다. 그러므로 저는, 한없이 한없이 또 한없이 제가 그에게 주고픈 것들만을 속삭일 수 밖에. 으르렁거림 같기도 호소같기도 흐느낌 같기도 한 밀어로, 마치 늑대가 달을 향해 우는 것처럼 수천의 밤 내내. 표지 이미지 : 어몽룡의 월매도
<세상이 끝날 때까지 너만은 살지도 죽지도 못하여 망령처럼 존재하리라.> 천 년을 살아가는 월인 은설은 주박과도 같은 그 한 마디를 새긴 채 수백년 동안 인세를 헤매 다녔다. 세상의 끄트머리에 살던 늑대들이 그에게 쉬어갈 자리를 내어줄 때까지. 월인은 제게 주어진 자릿값이라며 뭐든 내어주려 드는데, 어쩐지 쉽게 받을 수 없는 것만을 내민다. 바랜 은빛머리칼의 월인은 늘 덧없이 스러질 것 같은 모습으로, 그러나 세상에 저를 다치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눈빛에 오연한 웃음기를 담아 속삭이곤 하는 것이다. "제좌를 원하면 앉혀주겠다. 천하를 원한다면 손에 쥐어주마." "원치 않아. 그런 것을 원할까, 내가." "나는 네가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줄 수 없는 걸 욕심내지 말고." 늑대의 왕은 대답없이 월인을 끌어안는다. 이 터무니 없는 인외는 늘 저에게 사람의 마음이 없노라 우기고 또 우긴다. 그러므로 저는, 한없이 한없이 또 한없이 제가 그에게 주고픈 것들만을 속삭일 수 밖에. 으르렁거림 같기도 호소같기도 흐느낌 같기도 한 밀어로, 마치 늑대가 달을 향해 우는 것처럼 수천의 밤 내내. 표지 이미지 : 어몽룡의 월매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