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에 미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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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헌은 몰랐다. 자기가 주워온 것들이 이리 미쳐 있을 줄은! "사형옵께선 어찌 이 백아를 이리 냉대하시는 것입니까? 저놈이 온 이후로 변하셨습니다. 역시 저놈을 죽여야 …." 설헌이 꼬맹이 시절 주워온 사제부터. "난 네가 이 세상에 나기 전부터 지켜봐왔는데 이 정도 권리도 없더냐?" 오랜 세월 알고 지낸 영물도. "……사백, 더는 도망칠 곳도 없을 겁니다." 팔아먹으려 주워온 놈까지 제정신이 아니다! *** “시간은 유수와 같았고, 그 작았던 꼬마가 이젠 약관이 다 되었습니다. 비록 사형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그 아이를 제자로 거둔 후 사형이 숨을 거두셨다고 거짓을 말해두었으나, 사형께서 그 아이와 만난 것도 하늘이 정해주신 운명이니 그 아이의 자(字)는 사형께서 지어주심이 맞지 않나 하여 이리 찾아왔습니다.” 그 말에 설헌이 입술을 깨물었다. 눈물이 차올라 흐르려는 것을 꾹 참았다. 어찌 이리 된 것인지,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고 그 아이마저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설헌을 무겁게 내리눌렀다. 내가 자(字)를 지어주는 것이 맞는 것일까? 평생 그 아이를 따라다닐 것인데, 혹여 내 불행이 그 아이에게 들이닥쳐 나와 같은 길을 걷지는 않을까…. 설헌의 눈에 망설임이 어렸다. 확신할 수 없었다. 이게 옳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설헌이 저와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찻잔만 응시하자, 온백이 잔잔한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사형께서 장난스레 지어주셨던 아월(兒月)이라는 애칭마저 황송하게 생각해 지금까지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아이잖습니까. 그리고 사형께서도 아시겠지만 겉으로 보기엔 유약하나 그 심지는 굳은 아이니 뜻하는 바를 이루겠지요.” 온백이 정갈한 몸짓으로 이미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늘 복만 따라다니는 아이이기도 하니 사형께서 우려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온백의 말에 설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앞에 아월이 환하게 웃으며 저를 향해 뛰어오는 모습이 아른 거리는 것 같았다. 첫 만남에 보았던 깡말라 죽어가던 모습부터 자신의 장난에 삐져 토라졌음에도 달처럼 반짝이던 눈으로 저만 바라보던 작고 여린 소년의 모습이. 설헌이 입을 달싹였다. 한참 동안, 반의 반각이 한나절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 “…연요(淵曜), 그래 연요가 좋겠구나.” 연요(淵曜), 깊은 바다 속에서 올라오는 빛처럼, 차디찬 밤바다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가길. 나처럼 무력하게 휩쓸리지 말고 불행이 닥쳐도 희망을 잃지 않고 가고자 하는 곳으로 향하길. 하지만 설헌은 몰랐다. 이 모든 게 사상 최악의 악몽이 될 줄은!

설헌은 몰랐다. 자기가 주워온 것들이 이리 미쳐 있을 줄은! "사형옵께선 어찌 이 백아를 이리 냉대하시는 것입니까? 저놈이 온 이후로 변하셨습니다. 역시 저놈을 죽여야 …." 설헌이 꼬맹이 시절 주워온 사제부터. "난 네가 이 세상에 나기 전부터 지켜봐왔는데 이 정도 권리도 없더냐?" 오랜 세월 알고 지낸 영물도. "……사백, 더는 도망칠 곳도 없을 겁니다." 팔아먹으려 주워온 놈까지 제정신이 아니다! *** “시간은 유수와 같았고, 그 작았던 꼬마가 이젠 약관이 다 되었습니다. 비록 사형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그 아이를 제자로 거둔 후 사형이 숨을 거두셨다고 거짓을 말해두었으나, 사형께서 그 아이와 만난 것도 하늘이 정해주신 운명이니 그 아이의 자(字)는 사형께서 지어주심이 맞지 않나 하여 이리 찾아왔습니다.” 그 말에 설헌이 입술을 깨물었다. 눈물이 차올라 흐르려는 것을 꾹 참았다. 어찌 이리 된 것인지,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고 그 아이마저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설헌을 무겁게 내리눌렀다. 내가 자(字)를 지어주는 것이 맞는 것일까? 평생 그 아이를 따라다닐 것인데, 혹여 내 불행이 그 아이에게 들이닥쳐 나와 같은 길을 걷지는 않을까…. 설헌의 눈에 망설임이 어렸다. 확신할 수 없었다. 이게 옳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설헌이 저와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찻잔만 응시하자, 온백이 잔잔한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사형께서 장난스레 지어주셨던 아월(兒月)이라는 애칭마저 황송하게 생각해 지금까지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아이잖습니까. 그리고 사형께서도 아시겠지만 겉으로 보기엔 유약하나 그 심지는 굳은 아이니 뜻하는 바를 이루겠지요.” 온백이 정갈한 몸짓으로 이미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늘 복만 따라다니는 아이이기도 하니 사형께서 우려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온백의 말에 설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앞에 아월이 환하게 웃으며 저를 향해 뛰어오는 모습이 아른 거리는 것 같았다. 첫 만남에 보았던 깡말라 죽어가던 모습부터 자신의 장난에 삐져 토라졌음에도 달처럼 반짝이던 눈으로 저만 바라보던 작고 여린 소년의 모습이. 설헌이 입을 달싹였다. 한참 동안, 반의 반각이 한나절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 “…연요(淵曜), 그래 연요가 좋겠구나.” 연요(淵曜), 깊은 바다 속에서 올라오는 빛처럼, 차디찬 밤바다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가길. 나처럼 무력하게 휩쓸리지 말고 불행이 닥쳐도 희망을 잃지 않고 가고자 하는 곳으로 향하길. 하지만 설헌은 몰랐다. 이 모든 게 사상 최악의 악몽이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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