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연금서에 찍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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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찬은 전설의 연금서에게 선택받은 게 아니었다. 그냥 떠안게 됐다. 굴욕적인 이별을 겪고, 가지 말았어야 할지도 모를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뒤, 기찬은 오래된 서점에서 이상한 필사본 하나를 만진다. 다음 날 아침, 그의 손끝에는 작은 새싹 모양의 자국이 생겨 있었다. 그 자국이 준 힘은 거창하지 않았다. 금속의 결을 느낄 수 있다. 망가진 지퍼를 고칠 수 있다. 몸 안에서 막힌 곳을 조금 열어 줄 수 있다. 싸구려 반지를, 쓸모없을 만큼만 금에 가깝게 바꿀 수 있다. 상태창도 없다. 단숨에 벼락부자가 되는 일도 없다. 영웅의 운명 같은 것도 없다. 그저 떨어지지 않는 고집 센 연금서 한 권과, 자꾸만 그를 찬 여자의 얼굴을 빌려 말하는 목소리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아물어 버린 상처. 이상한 연고. 정중하게 질문하는 양복 입은 남자들. 오래된 이름을 가진 조직들과, 지나치게 현대적인 변호사들. 기찬은 그저 부모님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었다. 연금서는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한기찬은 전설의 연금서에게 선택받은 게 아니었다. 그냥 떠안게 됐다. 굴욕적인 이별을 겪고, 가지 말았어야 할지도 모를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뒤, 기찬은 오래된 서점에서 이상한 필사본 하나를 만진다. 다음 날 아침, 그의 손끝에는 작은 새싹 모양의 자국이 생겨 있었다. 그 자국이 준 힘은 거창하지 않았다. 금속의 결을 느낄 수 있다. 망가진 지퍼를 고칠 수 있다. 몸 안에서 막힌 곳을 조금 열어 줄 수 있다. 싸구려 반지를, 쓸모없을 만큼만 금에 가깝게 바꿀 수 있다. 상태창도 없다. 단숨에 벼락부자가 되는 일도 없다. 영웅의 운명 같은 것도 없다. 그저 떨어지지 않는 고집 센 연금서 한 권과, 자꾸만 그를 찬 여자의 얼굴을 빌려 말하는 목소리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아물어 버린 상처. 이상한 연고. 정중하게 질문하는 양복 입은 남자들. 오래된 이름을 가진 조직들과, 지나치게 현대적인 변호사들. 기찬은 그저 부모님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었다. 연금서는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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