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혼
천하에 칼이 둘 있었다. 그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갖기로 했다. 칼이 관자놀이를 스쳤다. 고개를 틀었으나 칼은 살을 건드리지 않았다. 대신 다른 손이, 낮게 묶은 머리끈을 잡았다. 풀렸다. 허리까지 오는 검은 머리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흩날리는 머리칼 사이로 그자의 얼굴이 들어왔다. 목과 머리칼이 만나는 자리에 숨이 닿았다. 그가 깊이 들이쉬었다. "……이런." 그자가 낮게 웃었다. "묶어 두기 아깝군요." 베어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풀어서, 비우고, 제 것으로 채우는 것이었다.
천하에 칼이 둘 있었다. 그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갖기로 했다. 칼이 관자놀이를 스쳤다. 고개를 틀었으나 칼은 살을 건드리지 않았다. 대신 다른 손이, 낮게 묶은 머리끈을 잡았다. 풀렸다. 허리까지 오는 검은 머리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흩날리는 머리칼 사이로 그자의 얼굴이 들어왔다. 목과 머리칼이 만나는 자리에 숨이 닿았다. 그가 깊이 들이쉬었다. "……이런." 그자가 낮게 웃었다. "묶어 두기 아깝군요." 베어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풀어서, 비우고, 제 것으로 채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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