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학적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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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연> 어설은은 승리만 알고 살던 안도연에게 생애 첫 패배를 안겨준 사람이자, 분할 만큼 강렬하게 동경했던 존재였다. 하지만 10년이 지나서야 다시 만난 설은은, 더 이상 반짝이던 승리자가 아닌 짓밟힌 먹잇감이 되어 있었다. 제 바짓단을 악착같이 움켜잡는 어설은. “나, 나 버티기만큼은 잘해! 그러니까… 나 가지고 놀면 재미있을 거야.” 왜 이렇게 된 걸까. 너처럼 완벽했던 놈이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져 버리면, 너를 이기기 위해 악을 쓰며 노력한 난 대체 뭐가 되는 건데. 게다가 날 잊은 거야? 설은이 헤벌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짓밟히고 터진 몰골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기괴하리만큼 맑고 행복한 웃음이었다. 마치 천국이라도 맛본 듯한 표정. ‘맞는 게 그렇게 좋냐? 정신 나간 새끼.’ 설은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설은이 원한다면, 자신은 기꺼이 그가 원하는 악역이 되어줄 수밖에 없었다. *** <어설은> 괴롭혀달라는 구걸. 기괴하지만 실상, 설은에게는 이상할 것이 없는 선택이었다. 시시한 벌레들에게 평생을 갉아 먹히느니, 사자에게 단번에 목덜미를 내어주는 편이 나으니까. 이미 너덜너덜해진 영혼은 더 이상 도망칠 곳조차 없었으므로. 무엇보다, 도연은 특별했다. 홀로 서늘하고 고결한 향취를 풍기는 존재. 비겁하고 조악한 수단 없이도 모두를 무릎 꿇리는 자. 그는 설은을 감싼 눅눅한 악취를 단숨에 소독해버릴 것만 같은,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빛이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너무 지쳤어. 그러니까 네가 날 태워 없애줘.’ 표지: 찐감 youvender@naver.com

<안도연> 어설은은 승리만 알고 살던 안도연에게 생애 첫 패배를 안겨준 사람이자, 분할 만큼 강렬하게 동경했던 존재였다. 하지만 10년이 지나서야 다시 만난 설은은, 더 이상 반짝이던 승리자가 아닌 짓밟힌 먹잇감이 되어 있었다. 제 바짓단을 악착같이 움켜잡는 어설은. “나, 나 버티기만큼은 잘해! 그러니까… 나 가지고 놀면 재미있을 거야.” 왜 이렇게 된 걸까. 너처럼 완벽했던 놈이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져 버리면, 너를 이기기 위해 악을 쓰며 노력한 난 대체 뭐가 되는 건데. 게다가 날 잊은 거야? 설은이 헤벌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짓밟히고 터진 몰골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기괴하리만큼 맑고 행복한 웃음이었다. 마치 천국이라도 맛본 듯한 표정. ‘맞는 게 그렇게 좋냐? 정신 나간 새끼.’ 설은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설은이 원한다면, 자신은 기꺼이 그가 원하는 악역이 되어줄 수밖에 없었다. *** <어설은> 괴롭혀달라는 구걸. 기괴하지만 실상, 설은에게는 이상할 것이 없는 선택이었다. 시시한 벌레들에게 평생을 갉아 먹히느니, 사자에게 단번에 목덜미를 내어주는 편이 나으니까. 이미 너덜너덜해진 영혼은 더 이상 도망칠 곳조차 없었으므로. 무엇보다, 도연은 특별했다. 홀로 서늘하고 고결한 향취를 풍기는 존재. 비겁하고 조악한 수단 없이도 모두를 무릎 꿇리는 자. 그는 설은을 감싼 눅눅한 악취를 단숨에 소독해버릴 것만 같은,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빛이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너무 지쳤어. 그러니까 네가 날 태워 없애줘.’ 표지: 찐감 youvend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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